저녁의 꼴라쥬
아른헴 숙소의 집주인을 보자마자 나는 그의 눈에서 지성이 비추이는 것을 느꼈다. 네덜란드인들에게서 내가 자주 보는 눈빛이다. 어딘지 모르게 고독하고, 동시에 단호한 듯한 표정. 부드러움 대신 단단함을 선호하는 야성이 그 눈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느끼기에, 네덜란드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감각을 치열한 이성을 가지고 현실화를 이루고야 마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그는 기후문제를 에너지전환에서 해결을 찾고자 하는 연구자이며 작가였다. 우리는 네덜란드의 정치적 스펙트럼과 아른헴과 네이메헌의 역사, 그리고 Lely가 바다 위에 구현한 엄청난 간척지의 규모에 대해 이야기했다. Lelystad에는 그의 동상이 아주, 아주높은 곳에 홀로 고독하게 세워져 있는데, 화가 프리드리히의 Der Wanderer를..
아른헴에 다녀왔다. 사실은 북쪽의 흐로닝언에 가보고 싶었다. 네덜란드에서 방문하지 않은 곳들이 여전히 있지만 나는 늘 noord 쪽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갈망이 있다. 그런데 사실 나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더 큰 공허와 결핍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 질문은 끊임없이 내게 되물었다. 그래, 거기까지 멀리 혼자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지? 네 눈에 좋은 것을 보고, 네가 가고 싶은 만큼 멀리 가서 네 갈망을 채워도, 거기에 가서 너는 어떤 의미를 얻고자 하는가? 그 결핍은 내 안에서 계속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러다 청년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 문득, 사랑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내 안에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의 것을 나누고자 하는 갈망. 힘에 부치도록 더 내어주고자 하는 갈망. 레비나스의 말처..
8월 22일 화 새벽기도회 찬송 370 통 455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말씀 로마서 1:8-17 주가 주신 선물을 흐르게 하라 8 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내 하나님께 감사함은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 9 내가 그의 아들의 복음 안에서 내 심령으로 섬기는 하나님이 나의 증인이 되시거니와 항상 내 기도에 쉬지 않고 너희를 말하며 10 어떻게 하든지 이제 하나님의 뜻 안에서 너희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 얻기를 구하노라 11 내가 너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 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 함이니 12 이는 곧 내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와 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 13 형제들아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가고자..
8월 21일 월 저녁기도회 말씀 로마서 1:1-7 오늘도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합니다 찬송 364 통 482 내 기도하는 그 시간 1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 2 이 복음은 하나님이 선지자들을 통하여 그의 아들에 관하여 성경에 미리 약속하신 것이라 3 그의 아들에 관하여 말하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4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으니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니라 5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은혜와 사도의 직분을 받아 그의 이름을 위하여 모든 이방인 중에서 믿어 순종하게 하나니 6 너희도 그들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니라 7 로마에서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받..
지금은 슈투트가르트에 있다. 꼭대기 층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밤공기를 쐬며 독일 회사에서 나온 요거트를 먹는 중이다. 이 도시는 내가 지도교수님과 콘탁을 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들어온 독일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니 ‘처음 들어온 곳으로 마지막 독일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나의 처음에 끝의 씨앗이 이미 있었던 것일까. 그때 나는 몰트만 교수를 튀빙엔에서 만난 후 떨리는 마음으로 예나로 떠났었는데, 이제는 유학의 마지막에 다다르고 있다. 사람의 앞길은 도무지 알 수가 없기에, 시작에 그 끝의 씨앗이 존재한다는 말은, 미래로 나아가고, 과거를 회상하는,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지는 가운데에만 존재하는 인간의 시간의 차원을 넘어선 어떤 한계 관념으로서의 신적인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