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이상하게 소탈한 것만 기억한다. 본문

오랑쥬 껍질 씹기

이상하게 소탈한 것만 기억한다.

jo_nghyuk 2014. 5. 14. 18:46

뉴저지는 참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보통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거나, 아이팟에 존 콜트레인의 음악을 담아 적당히 비가 온 다음날 아침이면 근처 시세이도에서 산 나막신을 신고 산책을 하곤 했다. 동네 주민들은 호기심어린 미소를 지으며 따각따각 소리가 나는 내 발을 쳐다보았다. 산책이 끝나면 찻잔에 차를 담아 마시곤 했는데 비오는 날이 좋았다.

일주일에 한번은 뉴욕에 갔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10분 정도를 달리면 버클리-하이츠라는 이름의 소박한 기차역이 나온다. 이곳의 건물은 대부분 1층이다. 맥도날드도, 킴스 클럽도, 영화관도, 기타 샵도 모두 나름의 색과 모양을 지니고 있다.

뉴욕에 가면 꼭 미술관을 찾았다. 돈이 많지 않은 세탁소 알바생인 나는 미술관 앞에 있는 2불짜리 핫도그로 요기를 하곤 했다. 그러다 미술관에서 몇블럭 휘어진 곳에서 핫도그를 1불에 판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는 그곳까지 걸어갔다 오곤 했다.

사실 일본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 뉴욕의 일본식당을 열심히 찾아다녔으나,
열심히 찾아 발견한 식당의 맛은 1불짜리 핫도그만큼도 기억하지 못한다. 나쁜 맛이 아니었음에도 라멘의 국물 맛이 맹물에 가깝게 느껴질 만큼이나 기억에 없다.

몇년 뒤에 델프트 거리를 걷다 문득 골목 어귀에서 일본식당을 발견한 일이 있다. 상당히 지친 오후로 기억하는데, 라멘 국물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점원들은 중국인이었고 라멘의 면발은 인스턴트에 가까웠으며 국물도 매우 평범한 간장 육수였다. 그런데 왜 그 맛은 지금 기억이 나는 것이냐. 이다지도 선명하게 말이다. 기억은 나보다 더 소박한 짓을 좋아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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