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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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쥬 껍질 씹기

부지런함의 정갈함에 대해

jo_nghyuk 2015. 12. 11. 11:27

요 근래 날씨가 추워지면서 선호하는 커피도 산미가 강한 것보다는 다크하고 중후한 것에 끌리게 된다. 일을 마치고 커피점빵에 가서 클레시코 블렌딩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블렌딩을 잘한 아메리카노는 어떤 핸드드립의 맛으로도 잡아낼 수 없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듯 하다. '깔끔하다'라는 것은 손질을 잘 한 것에서 비롯되는 인상임에 틀림없다. 잘 가공된washed 원두는 깔끔한 맛을 낸다. 잘 조경된gardened 정원은 정갈한 청량감을 주고, 잘 훈련된trained 인격은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산패된 원두에 머무르는 것은 확실한 나태함이고, 어떤 생의 약진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성실하게 박차를 가하는 하루하루의 고된 노력과 훈련은 '깔끔한' 미를 뽐내는 것이다. 나는 일전에 일본의 정갈한 거리와 전통에 대한 우아한 보존의식에 대해 감탄한 일이 있다. 비슷한 예로, '매우 섬세하게 정돈되어 있는' 지인의 책상이나 테이블을 보면 깨끗한 마음이 든다. 거룩을 향한 훈련은 온갖 전심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던가. 고상한 인격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삶이 매우 단정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아침은 청결하고, 그들의 오후는 쾌청하다. 솔로몬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무너진 돌담과 어지러운 정원을 보고 생각이 깊었노라. 게으른 자의 결말이 저러한 것이다. 

최근에 한 카페에서 크게 두 번 실망한 일이 있는데, 아침에 산패된 아메리카노를 맛보았을 때와, 분주한 종업원에게서 드러나는 신경증적인 표정을 보았을 때였다.(물론 그것은 즉시 매우 인공적인 미소로 바뀌었다. 나는 그것이 매우 슬펐다) 

만약 나의 삶에 있어서 그런 나태함의 산패된 원두가 섞여 있다면, 누구도 나의 삶에서 향취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청교도적인 율법주의는 사람을 노예로 만들지만, 청결함과 온전함을 향한 열정은 사람을 고귀하게 바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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