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역설적으로 쿨링타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많이 날서 있었다. 그것도 조급증일 것이다. 그러나 생의 그래프에는 리듬이라는 것이 있어서 치고 올라가는 시간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차분하고 부드럽게 내려오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그 감각을 길러가는 것이 연륜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가열되는 쪽으로만 치닫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의와 교만의 도랑을 만나고 만다. 열정 자체가 의가 되는 것이다. 그건 그냥 생의 약동일 뿐이고, 선물일 뿐인데, 선물로 받은 것을 자랑하는 사람이야말로 그릇이 작다는 반증 아닌가. 부흥은 생각보다 내밀하고 소소한, 수면 밑에서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은혜와 생명의 리듬'이다. 기도의 자리를 칸트처럼 지키는 것, 말씀 앞에 나아가는 패턴을 매일 수놓는..
나의 개인공간에서나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한국에서 많은 선배들에 실망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은혜가 너무도 자신의 욕심을 가리우는데에 쓰이는 것이 견딜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동료들은 네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우리는 원래 다 죄인이라고 설득하려 하곤 했다. 그들은 나에게 신앙의 영웅에 대한 그림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그런 건 예수님밖에 없다고. 그래,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하나님은 대체 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인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참으로 솔직하게 나는 너무 힘들고 할수만 있으면 안하고 싶다고 피처럼 땀을 흘리며 왜 그렇게까지 열심으로 기도하셔서 십자가를 지셔야 했던 걸까? 왜 우리는 가현설적인 신성에는 집중하고 그리스도의 고난의 인성은 그렇게 얌체처럼 빠르게 지나쳐가는가?..
이전에 사역을 열심으로 하다가 뜨겁게 달궈져 팬소음을 내는 노트북처럼 될 때마다 담임목사님은 나라는 뜨거운 몸뚱아리를 근처 하와이안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우클렐레 연주를 들으며 함께 천천히 식사를 하시고, 카페에 데리고 가서 핸드드립 커피를 또 한동안 천천히 마시는 시간을 꼭 마련해주셨다. 그러면 흥분했던 나는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하고, 다시 내가 먼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노트북이 쿨다운하는 시간. 어쩌면 나의 이번 학기는 지난 뜨거웠던 2년의 유학생활 시간과 매우 상반된 쿨링타임이 될지도 모르겠다. 슬램덩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윤대협이다. 그가 얼마나 느긋하고 여유로운지 그의 원이름인 '센도 아키라'의 '센'은 '신선'이라는 뜻이다. 이노우에는 이 캐릭터가 밸런스를 ..
암스테르담에서 2009년에 처음 접했던 찬양이었다. 그때 찬양인도자가 찬양을 하다가 그냥 웃어버리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웃음은 터져나오는 꽃과도 같다. 뿌리에서 힘을 얻은 줄기가 온 힘을 다해 파열하는 순간 웃음과 같은 꽃이 핀다. 사랑하는 연약한 제자가 좁은 길을 어떻게든 따라오려는 작은 몸부림만 봐도 정말 사는 보람이 있도록 기뻤다. 연약한 내가 주님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며 파열하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당신은 나를 질투하시는 분이시군요. 나의 1분 1초의 호흡도 질투하시는 분. 내가 제자를 보는 마음처럼 당신도 나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보시겠지요. 저녁기도회에는 특별한 은혜가 있다. 경건한 전통에서 자란 나는 성령께서 정말 자유롭게 역사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선교..
나 자신에게는 단호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온유하라. 죄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의 현실성에서 손을 건네라. 손을 건네는 사람이 없이 연약함에 갇힌 사람들이 어떻게 중보를 기대하고, 힘의 부여를 기대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중보자를 기다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쫓아내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그저 연약함에 갇혀 신음하며 주님의 긍휼의 빛을 기다리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은 전심으로 주를 찾지 않으면 지킬수 없는 것들이다. 한발이라도 다른 곳에 걸치고 있으면 결코 지킬수가 없는 종류의 것이다. „너 자신을 지켜 세상에 물들지 않게 하라“와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약한 자를 위로하라“는 두가지 명령을 지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차라리 수도원에 처박히는 것이 쉽고, 차라리 세상에 어느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