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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2월 8일은 정말이지 너무도 긴 하루였다. 나는 2월 8일 하루동안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암스테르담에 도착해 13시간을 보내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베를린에 도착해서, Wahrschauer Straße의 미헬베르거 호텔에 짐을 맡기고, Osterbahnhof에 있는 Moxy 호텔에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힘든 하루가 될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KLM의 스튜어디스들은 내가 비행기를 탈 때마다 “Happy birthday”를 외쳐주었다. 그건 마치 승객들 중에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베를린의 Wahrschauer Straße의 기차역에 도달한 순간부터, 우리의 고난은 시작되었는데, 기차역이 마침 공사를 하고 있어서 두개의 캐리어와 두개의 이민 가방을 들고 거친 계단을 올라야 했던 것까..
(2016.1.13)나는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젊다 못해 어리숙한 시절에는, 복합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듯 하다. 그래서 산이나 꽃을, 노을을 보고 아 예쁘다, 하고 곧 고개를 돌리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들이 본 것은 무엇인가. 저들은 산이나 꽃이나 노을의 색감의 오묘함에 대해 왜 탐구해 들어가지 않는가. 천착. 나의 어리숙한 시절에 나는 모든 실재하는 것들에 유착하기를 기뻐했다. 큰 방향성 같은 것은 없었고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몰이치는 물결과도 같은 삶이었다. 즐거워 하는 것을 좇았고, 기쁨을 주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해가 지나면서, 살아 있다는 것이 대수롭게 여겨지고, 오히려 많은 질문들이 머리에서 돋아난다. 사람은 왜 사는 것인가. 나는 어떻게 움직이고 개인의 행위와 ..
“우리 존재를 만드는 것은 우리 존재 자신이다. 우리는 숨 쉬기 위해 숨 쉬며, 먹고 마시기 위해 먹고 마시며, 거주하기 위해 거처를 마련하며,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부하며, 산책하기 위해 산책한다. 이 모든 일은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이 삶이다. 삶은 하나의 솔직성이다. 세계에 속하지 않는 것과 반대되는 그런 것으로서의 세계, 그것은 그 안에서 우리가 거주하고, 산책하고, 점심과 저녁을 먹고, 누구를 방문하고, 학교에 가고, 토론하고, 체험하고, 탐구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그런 세계이다.”에마뉘엘 레비나스, 존재에서 존재자로, 70. 최근 새삼스레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인간은 무엇인가, 왜 밥을 먹고, 왜 사람을 만나고, 왜 숨을 쉬는가. 생각..
1. (2016.12.2) 느리다는 것은 멈춤에 가까운 시간이다.빠름은 시간성의 매력이며조급함은 시간의 지배를 의미하나느림은 헐거워지는 시간과도 같다. 느림은 시간의 자유이다.키에르케고르는 순간이라고 하는 정지를 통해서 영원을 유추하지만우리는 움직임과 동떨어진 정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정지함이 없는 움직임을 생각할 수 없다.사람은 영원을 시간으로부터 밀쳐낼 필요가 없다.누군가 추억을 떠올린다고 해보자.그는 어떤 장면을 떠올리지 핏기없는 정지된 순간을 떠올리지 않는다.추억의 장면은 느리고 긴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 이는 멈춤인 동시에 흐름이다.우리는 이 시간이 향유되었음을 느끼며 그 가운데 평화가 있음을 본다.‘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의식은 그러한 시간의 회복을 갈망하고 있다. 2. (2016.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