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광기 (2)
저녁의 꼴라쥬
나희덕 시인께서 드디어 신학교에 오셔서 문학 강의를 해주셨다.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질문들이 화산의 라바처럼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서 차마 공개적인 질의응답 시간에 하지 못하고 강의가 끝난 뒤에 집에 가셔야 하는 교수님과 시인을 붙잡고 이것저것 질문공세를 해버렸다.사실은 시에 대한 컴플렉스 내지는 억압기제가 있었나 보다.그 기원은 나의 지인들에게서, 그리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동시에 그 세밀한 조탁 능력 때문에 다소 주관이 뚜렷한 작가인 친구에게서 발원하는데, 나의 내면에는 이미 타자의 시선이 내장되어 있어서 자기 검열작업이 나의 시에 끊임없이 칼질을 해댔던 것이다. 미용실에서 정형화된 팜플렛 속의 헤어 스타일에 국한되어 선택하는 사람의 심정처럼, 나는 자가예프스키가 말했던 시의 미친 달리기를 버리고 '..
병리현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광기는 항상 억압의 대상이 되었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읽어보면 모든 사회에서 광기는 사회구조를 와해시킬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따라서 위법으로 간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철학자들은 광기를 이성과 대치되는 부정적인 것, 수많은 오류와 환상을 야기하고 진리를 왜곡하여 인간을 혼란시키는 주범으로 비난하였다. 다양한 문화그룹의 정신건강을 연구한 정신분석학자와 문화인류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광기를 주어진 삶의 규범과 비교해서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 가까이하기 싫고 내게서 멀어지길 바라는 악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지탄하는 광인의 모습에서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나도 그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 내 안에 존재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