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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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핑거링

4월 21일 부활주일 찬양인도 복기

jo_nghyuk 2019. 4. 21. 23:23

0. 예수 부활했으니

1. 갈보리

2. 무덤 이기신 예수

3. 오 주여 나의 마음이 + 무덤 이기신 예수

4. 찬양의 제사드리며

5. 우리 보좌 앞에 모였네

 

0. 예배를 시작하기 전까지 선곡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무덤에 머물러"를 해야 하나 고민이 끝까지 있었지만, 어떤 곡을 선택해도 하나님께서 받으신다는 마음이 있었다. 특별히 "예수 부활했으니"의 가사에서 힘찬 고백이 있어서 회중들이 힘을 받고 힘을 내며 찬양이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 갈보리Golgatha는 한국어로 교회에서 찬양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독일교인을 위해 영어 혹은 독일어로 불렀는데, 한국어 가사는 보다 영어 가사의 원의미에 가깝게 번역되었다. "갈보리 덮으시네Calvary covers it all"은 독일어 가사인 "골고다에서 성취되었네Auf Golgatha ist es vollbracht"와는 조금 결이 다른 고백이다. 결국은 주의 공로, 주의 보혈의 덮음을 강조하는 한국어 가사를 고백한 후에, 독일어 가사에 있는 속죄의 성취가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임을 또한 고백하기로 했다. 원래 생각보다 더 많이 이 고백이 깊어지면서 이 고백에 머무르는 시간을 길게 가지고, 무엇보다 먼저 이 고백을 진솔하게 모두 하고 다음 찬양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2. 이 찬양은 개인적으로 준비하면서 박자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가사 숙지도 중요한지라 엇박으로 들어가는 부분에 가사를 숙지하느라 반복 또 반복 외에는 별다른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 찬양이 가진 큰 힘과 부어주시는 은혜가 있었다. 원 계획은 후렴 후에 "오 주여 나의 마음이"로 들어갔다가 다시 이 찬양의 refrain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3. 계획대로 2번에 연결해서 이 찬양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무덤을 이기신 주님에 대해 "나의 마음을 정하고", "내 영혼을 깨어서" 부활의 아침에(이 새벽에) 주님에게 합당한 응답의 찬양을 하는데에 적절한 감이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빠르고 신나게 진행하다가 "무덤 이기신 예수"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회중의 고백이 더 진실되게 예수님을 찬양하는 데에 머물기를 원하는 갈망이 느껴져서 후렴구의 "찬양 찬양 예수님의 나의 노래"를 다소 느리게 고백조로 부르며 진행했다. 충분한 고백이 있은 후에, 다시 선포의 느낌으로 "깨어라 나의 영혼아 비파와 수금 들어라 이 새벽에 내가 찬양하리라"로 돌아가 리듬을 빠르게 일깨우고, 원 계획대로 1번의 "할렐루야"로 돌아갔다. 부활하신 예수에 대한 고백의 기쁨으로 회중이 채워지는 것 같아서 후렴을 반복하다가 다시 1절, 2절의 가사의 고백을 또한번 돌아가서 부르기로 했다. (사족: 이 찬양은 전도사였던 아버지가 즐겨 부르는 찬양이었고 따라서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 노래를 부르고는 했다. 이를테면 나에게는 세대를 타고 전승되는 찬양이기도 하고 아버지와 나를 연결하는 찬양이기도 하다.)

4. 2번 3번 찬양에 이어 빠르게 진행하려고 했다. 1절을 부르고 난 후에, 회중이 그 빠른 박자를 버거워하는 느낌이 있어서 원래 계획을 내려놓고 힘차게 찬송하는 것보다 진실되게 고백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나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를 위해서 나의 생각과 의지와 감정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성령의 인도에 나를 맡길때, 찬양을 성령께서 인도하시기 시작하고, 크신 은혜가 임하기 시작했다. "찬양의 제사드리며 성소로 나아갑니다"의 고백을 찬양이 끝난 후에도 이어갔고, "우리 모두 주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리세"의 고백을 잠잠하게 진행했다. 참으로 성소 앞에 임하는 임재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5. 이제 지성소로 나아갈 순서이다. "우리 보좌 앞에 모였네" 첫마디를 부르며 더이상 내가 진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회중은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있었다. 나는 인도자가 아니라 예배자로서 서있었다. 찬양을 이어갈 수 없는 감격이 있었고 찬양을 내가 굳이 이어가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잠잠하게 두 손을 들고 서 있었다. 다만 그 다음 가사로 넘어가자는 최소한의 문장만 말했다. 그리고 나서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 양께 있도다"의 고백에서 힘찬 선포로의 전환의 순간이 있었다. 이때 나의 근원적인 불안과 두려움이 내 존재가 겪고 있음을 주님은 보여주셨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하고 싶고,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에 맞춰 발을 내딛길 원했다. 미래도 내가 기획하고 나를 던지는 것이라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주님의 마음은 "미래는 언제나 주님의 것이며, 그러므로 가장 초월적인 것이다"였다. 나는 그 계획하심을 믿고 이끌어가시는 대로만 순종하면 된다. 내 생각과 방향이 어떻든, 나의 불안과 두려움이 어떻든, 하나님이 가장 옳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끌어가시는 대에 순종하는 발만이 하나님의 시간에 참여하는 신자의 길이 되는 것이다. 이 찬양을 부르며 비로소 기도의 순간으로의 인도하심이 있었고, 우리 모두 나의 계획대로가 아니라, 내 인생과 미래가 내 구원의 계획이 철저히 주님 손에 있음을 고백하고 순복하는 시간을 함께 가지게 되었다. 모든 영광과 존귀와 찬양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홀로 영광과 찬송을 받으소서. 하나님 아버지와 어린양 예수와 성령 하나님 모든 영광을 받으소서. 우리는 주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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