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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2년간의 고전어 생활이 내일부로 끝이 난다. 기초 문법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패러다임을 복습하는데 연습장에 서걱서걱 구부러진 옛 글자를 적는 기분이 슴슴하다. 통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언젠가부터 통과가 목적이 된 공부를 했던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보았다. 과정이 아니라 목적만을 효율적으로 겨누는 삶은 지루할 정도로 약삭빠르다.네, 아무튼 통과가 목적인 공부가 아니라 공부가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에는 파스타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았는데 커피를 배울 때처럼 재밌다. 늘 성급하게 시작했다가 원리라는 것을 배우면서 차근차근, 넉넉하게 하는 것을 배우면서 실력이 성장한다. 저마다 걷는 길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빨리 달리는 것이 기쁨이고, 누군가는 천천히, 누군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제는 저녁기도회에 세 명이 참여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중국인 친구가 기도회에 참여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에서 헬라어 해석을 하는데 독일어로 헬라어를 배워서인지 독일어로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아침에는 헬라어 파싱(해석)을 하며 보내고 오후에는 주석 책을 참고하기로 했다. 문법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이 두 군데가 있었는데 충분히 시간을 기울이니 번역 성경이나 주석 책을 참고해서만은 알 수 없는 언어의 오묘한 뉘앙스 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문득 신대원 시절에 주석이나 번역본을 보지 말고 스스로 파싱하는 습관을 무엇보다 먼저 기르라는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다. 많은 것을 참고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출발점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텍스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