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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나의 개인공간에서나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한국에서 많은 선배들에 실망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은혜가 너무도 자신의 욕심을 가리우는데에 쓰이는 것이 견딜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동료들은 네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우리는 원래 다 죄인이라고 설득하려 하곤 했다. 그들은 나에게 신앙의 영웅에 대한 그림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그런 건 예수님밖에 없다고. 그래,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하나님은 대체 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인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참으로 솔직하게 나는 너무 힘들고 할수만 있으면 안하고 싶다고 피처럼 땀을 흘리며 왜 그렇게까지 열심으로 기도하셔서 십자가를 지셔야 했던 걸까? 왜 우리는 가현설적인 신성에는 집중하고 그리스도의 고난의 인성은 그렇게 얌체처럼 빠르게 지나쳐가는가?..
이전에 사역을 열심으로 하다가 뜨겁게 달궈져 팬소음을 내는 노트북처럼 될 때마다 담임목사님은 나라는 뜨거운 몸뚱아리를 근처 하와이안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우클렐레 연주를 들으며 함께 천천히 식사를 하시고, 카페에 데리고 가서 핸드드립 커피를 또 한동안 천천히 마시는 시간을 꼭 마련해주셨다. 그러면 흥분했던 나는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하고, 다시 내가 먼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노트북이 쿨다운하는 시간. 어쩌면 나의 이번 학기는 지난 뜨거웠던 2년의 유학생활 시간과 매우 상반된 쿨링타임이 될지도 모르겠다. 슬램덩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윤대협이다. 그가 얼마나 느긋하고 여유로운지 그의 원이름인 '센도 아키라'의 '센'은 '신선'이라는 뜻이다. 이노우에는 이 캐릭터가 밸런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