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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제대로 한 것만 남는다. 지금까지 만난 나의 멘토 중 제대로 된 것을 전수해준 분들의 것만 나에게 남아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것밖에 전해줄 것이 없다. 올바르게 한 것만 가르쳐줄 수 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줄 수 없다. 그것이 어쩌면 바른 정신을 이어간다는 것일지 모른다. 정신은 이어가는 것이다. 내가 체험하고 경험한 것을 몸으로, 감각으로 기억해서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작업은 치열하게 벼려낸 이성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고민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서 진척을 이루어야 줄 것이 있는 사람이 된다. 이런 층위의 생각을 하다가 다음 국면에는 저런 층위의 생각을 하는 것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젊을 때에는 한 바늘에 꿰어져야 그것이 옳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정직하고 투명하다면..
모범생이 실족하면 금식 외에는 답이 없다던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창공을 활강하던 알바트로스가 추락하면 그 큰 날개는 걷기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 그렇게 뒤뚱뒤뚱 거리며 땅 위를 걷는 것은 알바트로스에게는 비참이다. 왜냐하면 그의 지어짐은 땅 위를 걷기 위함이 아니라 하늘 위를 훨훨 나는 것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땅 위를 걷고자 하면 오히려 육중한 날개는 장애처럼 느껴질 따름이다. 기도를 하는 자는 기도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그것만이 답이냐. 그 요청을 받는 사람에게는 그러하다. 다른 여러가지 길이 있다고 하지만 그게 내 길이 아니면 나에게는 길이 아니다. 사람들은 갑판 위를 뒤뚱거리며 걷는 알바트로스를 비웃는다고 보들레르는 노래했다. 내 길이 아닌 길을 걸으려 하면 열매도 없고 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