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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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쥬 껍질 씹기

10월 19,20,21 동미참 훈련 후

jo_nghyuk 2009. 10. 24. 00:43
몇 주전에 향방 작계 훈련을 받았는데 또 동미참 훈련이 나왔다. 귀국하고 서울에 온 다음 날에 집 대문을 두드리며 동대 행정계원이 "선배님, 훈련 꼭 나오셔야 합니다" 라며 통지서를 주고 갔다. 해외에 나갔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며 느낀 점 두가지는, 서울은 엄청나게 발달된 괴물스러운 첨단의 도시 (교통, 전자 면에서 특히) 라는 것과 우리는 아직 "휴전 중"일 뿐인 분단 국가라는 것이다. 외국에서 LG와 SAMSUNG등의 선전을 보고, 우리 나라 반도체 산업이 정말 최강이라는 것과 건재한 HYUNDAI 차를 보고 '아,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정말이지, 유럽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등을 제외하면 어떤 아시아 국가의 브랜드도 찾기가 힘들었다. 노트북이나 몇몇 전자 제품은 일본 제품이 강세였지만 거리를 활보하는 대부분의 핸드폰은 NOKIA(노르웨이)가 아니면 SAMSUNG, LG였다. 새삼스럽게 애국심을 가슴에 품고 온 뒤인지 (실제로 나는 네덜란드의 내 방 입구에 태극기를 걸어놓았었다)  그리고 국내가 아닌 바깥에서 우리의 상황을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다가 와서인지 (모르던 장점과 모르던 단점을 재인식하게 되었달까) 전보다는 (확실히) 충실하게 예비군 동원 훈련에 임하게 되었다. 2박 3일이 아니라 9시 출근에 6시 퇴근하는 방식이었는데 둘째날부터는 다리 알이 배기기도 했고 나름대로 피곤한 사흘이었던 것 같다. 겉보기엔 예비군들이 헐렁해보이고 어영부영해보이지만, 몇몇 지각있는 한국인들이 많음을 작전 교육 시간동안 깨어서 부리부리하게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되었고 조금은 안심하게 되었다. 아, 대책없이 무관심하지는 않구나.하는 생각. 적어도 사흘의 시간을 포기하고 왔으면 배울 것은 제대로 배우고 가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곳의 시간도 놓치고 저곳의 시간도 놓치면 너는 공간의 유령이 되는거다. 대학 시절에 우린 I don't belong here를 읊조리던 creepy 룸펜들이었지만 더이상은 그럴 수 없는 거다. 우린 여기 있고, 여기서 해야 하는 것들과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으며, 가야 할 분명한 목표지점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조국에 대해 그리고 한국인들에 대해 의외의 감격을 자주 하는 한 해인 것 같다. 스스로 조국의 현실과 상황의 찌질함에 대해 전에는 외면하고 이방인처럼 스스로를 분리시키고 고립시켰다면, 이제는 여기가 내 땅이요, 내가 지켜야 하는 조국이요 작은 힘이지만 소진해 주겠소 하는 자세의 변화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삼일동안 수락산과 불암산에서 단풍이 조금씩 붉게 물드는 것도 보다 왔으니 아름다운 조국에 헌신을 하고 오는 보람을 더 느꼈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루 여비 지급이 7.000인데, 밥값 4.000원을 제하고 준다. 개인적으로 이건 예비군에 대한 예우나 뭐를 떠나서, 군의 사기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항상 사람들이 입에 다는 소리지만, 미국은 자국군인에게 최고의 것만을 공급하지 않는가.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군인에게 '잉여의 것'을 던져줄 뿐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예비군 예산 편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하는데 나라는 국민에게 의무를 요구하지만 말고 진정 이 나라의 국민을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그들의 권리도 확실하게 보장해주어야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는 불안 지수가 높은 국민들이 살고 있는 괴물 경제 대국이기만 한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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