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믿음 (4)
저녁의 꼴라쥬
벌써 봄이다. 강아지처럼, 또는 두렴없는 어린이처럼 봄은 나에게 성큼, 다가와 품에 안긴다. 봄에 대한 기다림은 참 길었는데, 봄이 성큼, 다가오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벙벙하기도 하다. 도서관 홀에 앉아 조용히 신문을 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참 재미있다. 그들은 어지간해서는 움직이지 않아 시간이 정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착시가 일어나기도 한다.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저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이 삶의 습관으로 견실히 자리잡힌 것이리라. 바이마르에 이사오고 난 후에 같은 도서관, 같은 산책, 같은 연구의 리듬이 반복될수록 단정한 만족감을 느낀다.도서관에는 내가 사랑하는 드가의 화집에서부터 존경해 마지않는 후설의 저작까지 적당히 빼곡하게 꽂혀 있다. 홀에 앉으면 나의 배후를 제외한 ..
나는 너무도 혼란스럽다. 내 안에는 두 개의 대립각이 전부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는 타협할 수 없는 대립각이란 것이 존재한다. 이 사람의 이것은 저사람에게는 타협의 여지없는 치명적인 이론이다. 저사람의 저것은 이사람에게는 너무나 꽉 막힌 갑갑한 이론이다. 그러나 이 둘을 전부 경험해보면서, 위험과 안정 사이를 소용돌이치며 나선형으로 오가면서, 나는 너무나 괴로워 울고 싶은 심정이다. 위험을 감수하라, 그러나 위험은 너를 잃어버리는 파멸로 이끈다. 안정을 추구하라, 그러나 안정은 너를 질식시키고 타자를 배제한다. 위험을 감수하다 나는 어느새, 안정으로 빗장을 걸고 지켜야 할 때를 알게 된다. 안정을 추구하다 나는 어느새, 빗장을 풀고 회오리처럼 풀려 나가야 할 때를 알게 된다. 나는 울고 싶다. ..
고전 1:8 그리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이 될 때, 비난 받을 것이 없는 사람으로 여러분을 마지막까지 견고하게 하실 것입니다. (사역) 거룩은 과정 중에 있지 않다. 거룩은 견고하게 믿음으로 이미 완성되었다. 우리가 할 것은 그것을 믿음으로 붙잡는 것이다. 야고보서가 말하듯, 그것을 믿음으로 (더 정확히는 심정적으로) 붙잡는 것은 일단 거울로 내 거룩을 본 것과 같다. 그러나 그 본 거룩한 나의 모습대로 사는 실천이 없다면, 거룩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믿는 사람은 믿는대로 행동한다. 믿음은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것이 실재한다. 는 신념을 붙잡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재하는 것들에 대한 싸움이 일어난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없다! 라고 주..
고난을 선택하는 것은 자기 의의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믿음이다. "너희 자신이 믿음 위에 있는가 시험하고" 그는 스스로가 믿음 위에서 선취되어진 완전히 의롭고 거룩한 존재라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의 경향성은 이제 의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러나 현실을 보라. 그렇지 않다! 고 심한 부정과 저항을 그의 몸에 부딪히게 한다. (그의 몸 또한 거센 저항을 한다.) 여기서 그는 모순을 느낀다. 그는 새롭게 되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환경과 몸은 그대로다! 라며 고집을 피운다. 자, 이제 우리는 싸움장에 들어선 것이다. 그것도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다. 영과 육의 대립이 극심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그곳은 바로 너 자신의 몸이고, 이 사회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도 자주 개인의 성화를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