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아이슬란딕 6 본문

콜랴 크라소트킨

아이슬란딕 6

jo_nghyuk 2010. 3. 12. 22:57

이봐, 도착했어. 일어나게

잠이 들어있었다. 버스 안에는 나와 운전 기사 뿐이었다. 기사는 웃으면서 내가 버스 안에서 내내 잤으니 숙소를 구할 필요가 없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밖은 어두웠다.

여기가 어디지?”

종점이라고. 종점

기사는 모자를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머리가 눌려 있는 정도로 보아 꽤 장거리를 온 것 같다. 시계를 보았다. 1 30.

너 혹시 행선지를 놓친 거 아냐?”

애초에 놓칠 행선지는 없었다. 나는 론리플래닛을 꺼냈다.

기사는 책을 내 손에서 가져가더니 지도를 찾아 손가락으로 섬의 오른쪽을 가리켰다.

알아듣지 못한 나는 침침한 눈을 찌푸리고 좌석 위에 달린 실내등이 비치는 쪽으로 책을 가져가 위치를 확인했다. Hofn이었다.

여기는 12번 버스가 끝나는 종점이라고. 더 위로 올라가려면, 9번으로 갈아타면 돼. 혹시 뮈바튼으로 갈 생각이야?”

뮈바튼?”

그래 뮈바튼, 화산 지대 말야. 유라시아 판하고 북아메리카 판이 만나서 갈라지는 곳

운전기사는 주먹 두 개를 툭툭, 부딪히며 설명했다. 얇고 창백한 얼굴에 동그랗게 푹 파인 눈, 유라시아 쪽에 가까워 보이는 얼굴에서 북아메리카의 언어가 나오고 있다.

아니면 요쿠살론 빙하 지역에 가려고 하는거야? 그럼 제대로 온 게 맞고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론리플래닛을 가방에 넣으면서.

저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캠프사이트가 나올거야. 메인 로드에 있으니 찾기 쉬울거고. 어짜피 아침 일찍 버스가 있으니 잠시 몸을 녹이고 나오면 되겠네. , 침낭은 있어?”

없다고 하자 기사는 기사석에서 담요를 한 장 꺼내 주었다.

캠프사이트는 추워서 이런 거라도 있어야 될 거야. 그냥 챙겨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기사가 가르쳐준 방향대로 캠프사이트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아이슬란드의 밤공기는 그다지 차지 않았다.

캠프사이트의 오두막에 도착해 방을 잡고, 나는 기사가 준 담요를 덮고 가방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꺼내 읽었다. 아침이 올 때까지.

 

 

--7편에 계속

 

Hofn에서의 경로는 myboyhood님의 아이슬란드 여행기 일부를 참조하였으며

http://myboyhood.tistory.com/entry/아이슬란드-여행기-3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버스 노선, 캠프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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