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아이슬란딕 7 본문

콜랴 크라소트킨

아이슬란딕 7

jo_nghyuk 2010. 6. 14. 19:25
아침이 오자 나는 준비해둔 햇반과 통조림으로 간략한 조식을 하고 Kenny drew의 Duo를 들으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거리는, 다시 하얀 순백의 아침을 맞고 있었다. 모든 것을 표백해버리듯이. 나는 야코프 반. 루이스달이 그린 네덜란드의 Harlem 마을의 풍경을 떠올렸다. 강렬한 태양이 표백해버린 풍광의 빛깔들. 백야를 읽고 나서
어느덧 주인공에게 이입이 되었는지 마리의 얼굴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헤드폰 속으로 베이스의 한 현 한 현이 울릴 때마다 심장에 가까운 혈관 하나 하나가 뛰는 기분이었다. 물감처럼 심장 부근에서 퍼져가는 감정의 얼룩들. 가슴을 표백해버리면 좋을텐데.
가방에서 고장난 니콘을 꺼내 뷰파인더 속으로 Hofn의 아침을 바라보았다. 이 아침을 니콘으로 담고 싶었는데. 니콘을 가져온 이유는, 어딘지 창백하거나, 단정하거나, 정갈한 것들은 니콘을 통해 그 확고성이 더욱 단단하고 곧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풍광이 좋기로 소문난 네덜란드에서는 캐논을 쓰고, 일본 동경의 작은 마을에는 니콘을 가져갔던 이유였다. 캐논의 선연함과 니콘의 창백함. 유화와 수묵화. 부서진 니콘의 뷰파인더 속에서 마리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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