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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transit

jo_nghyuk 2011. 10. 5. 22:31
9월 25일 저녁, 나는 지금 홍콩 공항에서 transit 대기 중에 있다. 이곳 게이트 앞에서 보딩을 하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아니 사실은 그들의 키를 보면서), 
홍콩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사람들은 대개가 네덜란드인인 듯 하다. 모두 노랗게 창백한 그리고 불그스름한 얼굴을 하고 있고 북극의 타는 태양같은 머리색을 한 이들 사이에 내가 있었다.
귀국하는 사람들. 
어떤 의미에서 나는 다시 암스테르담에 돌아가는 사람이다. 
어느 장소든, 100일이 넘게 머무른다는 것은 그곳에 적응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민간인과 군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신분이 합의점을 찾는 지점이 100일 휴가이듯 말이다.
최소한의 적응기간의 상징이 100이란 숫자에 있다. 지금껏 내가 100일을 머무른 타국의 도시는 두 곳이다. 암스테르담과 뉴저지. 물위의 도시와 숲 속의 도시, 안식의 장소인 동시에 위험이 도사리는 장소. (네덜란드인에게 물은 친구인 동시에 적이라는 말도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곳이 암스테르담이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었다. 형체가 잡히지 않는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친근함이 공존하는 도시, 그러한 곳에서 100일을 넘게 머무른다는 표현은 어쩌면 transit이라는 말보다 더 무거운 언어가 필요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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