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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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모르스 부호를 본다

jo_nghyuk 2012. 2. 9. 23:32
모르스 부호를 본다

모든 현상 안에는 모르스 부호가 있다
이를테면 문서 안의 깜박이는 커서는 무언가 전언할 것을 재촉하는 신호이고 나와 너의 눈꺼풀의 깜박임은 우리가 건조하다는 신호이다
불 꺼진 방 안에 형광등은 자신의 잔영으로 여전히 불안한 깜박임을 지속하고 있다 나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건반을 떠올린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처럼 이 깜박이는 형광등도 좀처럼 수면 밑으로 가라앉지 못한다 그의 관자놀이에 다크서클이 검버섯처럼 피어오른다
천정 너머에는 모르스 부호들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해변의 모래처럼 쏟아진 밀크처럼 가득했던 때가, 지금은 우리의 세상은 사탕같은 불빛들로 가득하다
밤하늘에는 금방이라도 익사할 듯한 흐려진 의식들이 깜박, 깜박 잊혀진다 형광등의 다크서클처럼, 깜박, 깜박 전언할 것을 망각하고 있다
간혹 명료한 빛을 보면 에이, 인공위성이 아닐까. 그런 시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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