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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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핑거링

제프 버클리를 좋아하세요

jo_nghyuk 2012. 10. 15. 08:37


제프 버클리를 처음 만난 것은 언제였을까. 그의 미성에 견줄 목소리가 또 있을까. 언제나 그는 과도하게 고양되며 울부짖고, 또 흐느낀다. 이때 그의 목소리는 바다 한 가운데의 용오름을 닮아서 치열하게 차갑고 또 희미하다. 나는 Grace EP의 첫 트랙 Mojo pin에서 느꼈던 진동을 아직도 지니고 있다. 읊조림에서 흐느낌으로 옮겨가고 부르짖음에 가까운 이 트랙은 차라리 사랑에 대한 탄원시에 가깝다. 나는 지금 안동에 와 있다. 안동시는 아침마다 물안개로 시내 전체가 자욱해지는 특이한 도시다. 안동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제프 버클리 또한 커다란 댐을 소유하고 있던 천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음악 전반에는 통제될 수 없는 물안개의 overflow로 자욱하다. 나는 여기서 그의 모든 트랙을 리뷰할 생각은 없다. 나는 그의 트랙 하나하나를 정독하였던 지독한 애청자였으므로, 그것은 매우 피로하고 지난한 시간이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트랙들을 하나의 궤적으로 굳이 추리해보자면,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와 달리 제프의 트랙은 시리도록 뜨겁고, 게다가 상실 그 자체를 노래하기 때문에 스러지는 양태 자체를 실존으로 삼는 물안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broken hallelujah이다. 그러나 그 할렐루야가 여성을 향했는지, 신을 향했는지, 나는 함부로 말하지 않겠다. 틸리히의 말처럼 '그 어떤 것'을 허공에 놓고 절규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제프 버클리는 참 슬픈 사람이다. 그는 참으로 물안개처럼 호수에서 요절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그의 미성으로 인해 그를 사랑한다. 그가 가진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의 생전의 단 한 장의 앨범, Grace EP에 있는 Last Goodbye 또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다. 그의 트랙 중 어느 것 하나 뜨겁지 않은 노래가 없다. 어느 것 하나 울부짖지 않은 트랙이 없다. 데일 정도로 차갑다. 나는 이제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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