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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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의 문양 / 김경주

jo_nghyuk 2012. 12. 12.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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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무릎, 하고

부르면 좋아진다

당신의 무릎, 나무의 무릎, 시간의 무릎

무릎은 몸의 파문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살을 맴도는 자리 같은 것이어서

저녁에 무릎을 내려놓으면

천근의 희미한 소용돌이가 몸을 돌고 돌아온다

누군가 내 무릎 위에 잠시 누워 있다가

해골이 된 한 마리 소를 끌어안고 잠든 적도 있다

누군가의 무릎 한쪽을 잊기 위해서도

나는 저녁의 모든 무릎을 향해 눈먼 소처럼 바짝 엎드려 있어야 했다


김경주, 무릎의 문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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