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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말해도 돼 / 아담 자가예프스키

jo_nghyuk 2012. 12. 12. 02:27

천천히 말해도 돼

 

천천히 말해도 돼. 그렇게 오랫동안 너 자신이었던 사람보다

너는 더 나이가 많으니까, 바로 너 자신보다도

너는 더 나이가 많으니까, 그런데도 아직

부재가, 시가, 금이 무엇인지 너는 모르고 있잖아.

 

황톳빛 물이 거리에 넘치고

짧은 폭풍은 졸고 있는 평평한 도시를 흔들지.

모든 폭풍은 이별, 수백 명의 사진사가 머리 위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며 두려움과 공포의 시간을 연장해.

 

죽음의 애도가 무엇인지 너는 알아

너무 급작스러운 절망이 심장의 리듬과 미래를 틀어막는 것,

민첩한 화폐가 돌고 도는 현대적인 가게,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너는 울었어.

 

너는 베네치아도 시에나도 보았지, 화폭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어리고 슬픈 마돈나들을,

보통 아가씨가 되어, 사육제에서 춤추고 싶어 하는 마돈나들을 너는 보았어.

 

너는 작은 도시들도 보았어, 전혀 아름답지 않은,

고통과 시간에 지친 늙은이들을,

중세의 이콘에는

얼굴 검은 성인들의 눈, 야생 동물들의 불타는 눈만 빛나고 있었어.

 

갈레의 해변에서 너는 조약돌을 손에 쥐고 있었어.

그때 너의 마음은 거대한 애정으로 가득했지,

그들을, 가느다란 소나무들을 향한

너와 함께 해변에 있었던 그 사람들과 바다를 향한.

바다는 정말 강하지만 너무 외로워.

 

네 마음은 마치, 우리 모두 한 집에서 나온 고아들인 것처럼.

싸늘한 동시대의 미술관에서 아주 잠깐 만났다가,

평생 헤어져 살아야 한다는 듯, 떨고 있었지.

 

그러니 천천히 말해도 돼, 너는 이제 젊은이가 아니야.

경이감 같은 것은 몇 주 금식으로 처리하고,

이제는 선택하고, 포기하고, 지연작전을 써야 할 때.

 

그리고 메마른 나라에서 온 사신들과 오래 이야기해야 할 때.

부르튼 입술로, 너는 기다려야 해,

이제는 편지를 쓸 시간, 500페이지짜리 책을 읽을 시간.

천천히 말해도 돼. 시를 포기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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