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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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모르스부호의 현상학

jo_nghyuk 2013. 12. 19. 21:03


모르스부호는 언제나 너의 바깥에 있다.

이를테면 노트북 안의 깜박이는 커서는 무언가 전언할 것을 재촉하는 신호이다. 

나와 너의 눈꺼풀의 깜박임은 우리가 건조해졌다는 신호이다. 

불 꺼진 방 안에 형광등은 자신의 잔영으로 여전히 깜박깜박 점멸하고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처럼 이 활발한 형광등도 좀처럼 수면 밑으로 가라앉지 못한다. 

그의 관자놀이에 다크서클이 검버섯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밤하늘에 모르스 부호들이 빼곡했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 우리의 세상은 사탕 불빛들로 가득해.

24:00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익사할 듯한 혼미한 의식들 뿐이다.

간혹 명료한 빛을 보더라도 에이, 인공위성이 아닐까. 생각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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