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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_ 김소연,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 지성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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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_ 김소연,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 지성사

jo_nghyuk 2014. 7. 1. 23:22
무서운 짐승이 걷고 있어요 무서운 짐승을 숨겨주는 무서운 숲이 걷고 있어요 무서운 숲의 포효를 은닉해줄 무서운 새의 비명이 번지고 있어요

그곳에서 해가 느릿느릿 뜨고 있습니다
침엽들이 냉기를 버리고 더 뾰족해져요

비명들은 어떻게 날카로울까요
동그란 비눗방울이 터지기 직전에 나는 어떤 비명을 들었습니다
이 비명이 이 도시를 부식시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너무 많이 사용한 말들이 실패를 향해 걷습니다
입을 다물 시간도 이미 지나쳐온 것 같아요

숲의 흉터에서는 버섯이 발가락처럼 자라나고 있어요 이 비명과 어딘가 비슷하군요 달이 사라지기 전에 해가 미리 도착합니다 함께할 수 있는 한 악착같이 함께해야 한다는 듯

나무가 뿌리로 걸어와 내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무서운 짐승보다 더 무서워요
무서운 것들은 언제나 발을 먼저 씁니다 발은 무서워요
발은 고단함만 알고 도무지 낙담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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