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이따금 봄이 찾아와 _ 나희덕, 어두워진다는 것, 창작과 비평사 본문

노르웨이의 책갈피

이따금 봄이 찾아와 _ 나희덕, 어두워진다는 것, 창작과 비평사

jo_nghyuk 2014. 7. 7. 10:45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 속에 녹기 시작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물 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

부디,
이 소란스러움을 용서하시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