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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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극상품의 포도

jo_nghyuk 2019. 3. 25. 19:07

오늘의 나는 누구입니까? 어제 나는 당신과 골리앗을 무너뜨렸습니다. 단단하게 무장된 마음으로 당신 앞에 나아갈 때, 왜 당신은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울음을 꺼내놓는 것입니깍? 내 안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울음이 있길래, 나조차도 마개로 봉해놓은 그 깊고 깊은 굴의 여로를, 당신은 왜 오늘도 여전히 탐색하길 원하십니까? 내 안에 한번에 들어오셔서 헤집지도 않으시고, 나의 굴 밖에서 그다지도 다소곳하게, 묵묵히 서계신 것입니까? 주여, 그 주님 앞에서 오늘도 나는 나의 무장된 것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당신 앞에는 내 맨 얼굴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당신은 말의 힘이 억센 것이나, 용사의 창을 기뻐하시는 것이 아니요, 당신은 눈물과 콧물로 바닥을 투명하게 칠하는 나의 투명한 영혼을 원하신다는 것을요. 당신은 내가 정직해서 나를 기뻐하신 것이 아니라, 나를 정직하게 하시는 것을 기뻐하시는 아빠라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아직도 당신을 이름을 부를 때에, 아빠, 하고 끊기가 어색하여 아버지를 다시 붙이곤 합니다. 아버지, 저는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엄마 앞에서 고집도 피우고, 욕심의 눈물도 맘껏 흘리는 그 어린아이의 넓은 공간이. 빗장으로 잠근 제 굴 속에 유난히 울음이 끝을 알지 못하게 차있는 것은, 울어야 할 것을 다 울지 못해서입니까? 아니면, 우는 것 자체가 용인되지 않는 시기를 보내서입니까? 주여 제 유년기의 방은 영사기가 돌아가지 않는 암실과도 같아서, 저는 그 원인을 추적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오늘 주님 앞에서 울어야 할 울음을 울었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입니다. 그때 제 손은 어린 아기와도 같이 펴지지 않았고, 무언가를 간절히 잡는듯 했습니다. 당신은 그때 제 앞에서 인자하게 웃고 계셨고, 저를 지긋이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제 마음이 군사와도 같을때 저는 제 앞에 계신 주님의 임재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갓난아기와 같을때에도 주님은 저를 안고 계십니다. 주여 어제의 나는 군사이고 오늘의 나는 어린아이입니까? 나는 그다지도 시간적으로 교차하는 모순된 존재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시간 안에서, 저는 어린아이로서 군사인 것입니까? 저는 이것을 감히 헤아릴 수도 없고 당신께 아뢸 뿐입니다. 

당신이 내가 강한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 합니까?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말은, 대체 어떠한 맥락과 시간의 결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는 오랫동안 이것을 유약함으로 해석해왔지만, 여기에 또다른 의미의 방이 있음을 압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군사입니다. 제가 강해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나를 좋은 군사로 부르시기 때문에 저는 좋은 군사입니다. 네, 저는 갓난아기입니다. 이것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나태함으로 사용하지는 않게 하소서. 위선이 싫어서 위악을 행하는 자는 되지 않게 하소서. 그렇습니다, 저는 양극을 가지고 있는 별자리와도 같습니다. 사람의 인격은 하나의 별이 아니요, 성단과도 같아서 그 사이에 넓고 넓은 간극과 빈 공간이 있습니다. 나의 신체라고 하는 단단해보이는 물질도 사실은 엄청나게 큰 공간과 그 속의 입자들의 관계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네, 저는 주 앞에 고집피우지 않겠습니다. 이 고백은 위선도, 의지도 아니요.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으시는 당신의 사랑 앞에 녹아내린 나의 마음입니다. 저는 약해져야 할 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강해져야 할 때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더이상 제가 가려는 길로 지향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의 모든 의미를 삼고, 나 자신을 기투할 것입니다. 저는 알아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쳐버리면, 당신도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버린다는 이 뜨거운 사랑의 역학을. 당신은 그런 분이시지요, 나에 대해 질투가 많으시고, 그만큼 나의 정직함에 대해 기쁨도 엄청난 분. 

주는 나를 아십니다. 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앞에 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상관없이 주 앞에 늘 여호수아처럼 서있기 원합니다. 인생을 사는 것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도전이 사라지는 진공상태를 원할 것이 아니라, 도전 속에서 빛과 같고 정금과 같이 단련된 인격이 되게 하소서. 이제 저는 알 것 같습니다. 나에게 주신 모든 시간이 주의 섭리 안에 있으며, 주는 나를 신뢰해주신다는 사실을. 당신은 나를 어린아이로 보지 않고, 아내로 보시고, 가장 친한 친구로 보길 원한다는 사실을. 당신은 이러한 충성된 친구에 늘 목말라하신다는 사실을. 당신의 신실한 친구 되기 원합니다. 나의 삶에서 극상품의 포도를 취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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