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구름과 포말 본문
대학생 시절에 나는 일본 선교단체에서 제자훈련을 받으려 했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유순하기 한이 없으신 간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형제님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자유함이 있습니다. 그 자유함은 엄격한 규율보다는 사랑 가운데에서 더 빛을 발할 것입니다. 저는 형제님에게 호놀룰루 같은 도시에서 훈련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가 그 도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수많은 파도들이 부딪히며 포말을 이루는 해변의 이미지 뿐이었다. 사실 그 이미지는 로렌 커닝햄의 <하나님, 정말 당신이십니까?>의 책 표지의 이미지였다.
사람의 인생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길로 이끌려 가기도 한다. 나는 신혼여행으로 교토에 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도호쿠 대지진 사건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게 되었다. 그때 나는 포천의 작은 다리 위에 있었는데 그 다리 위에서 보는 강이 교토의 가모가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렴' 내 마음 속의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하늘을 올라다보니 네덜란드의 하늘처럼 뭉개구름들이 가득했다. 나는 네덜란드로 신혼여행지를 변경하였다.
사람은 여러가지를 계획하지만 그 계획 너머의 새로운 무언가를 하나님은 보여주신다. 나의 계획이 부딪히는 포말처럼 부서지지만 결국 그 포말은 구름처럼 되살아난다. 장학금 연장 프로젝트로 나는 리쾨르의 후속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리쾨르 재단 간사가 리트윗한 글에서 핀란드의 한 도시에서 평화를 주제로 리쾨르의 워크숍을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연장 프로젝트에는 강연이나 출간 계획을 적어넣어야 하는데 나는 성격상 거짓으로 적어 넣을 수가 없었고, 수차례 고민한 끝에 핀란드의 이 워크숍에서의 강연을 계획의 일부로 적어넣고 핀란드의 교수에게 발표문 초록을 보냈다.
나는 특별히 최근에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다. 특히 재정의 문제에 있어서 그렇다. 어제 기도회 때 나를 벼랑 끝으로 이끄시는 이유가 내가 독수리처럼 날개가 있기 때문이라고 묵상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벼랑 끝에 서는 용기> 또한 로렌 커닝햄의 저서였다. 로렌은 추락하지 않는 비결은 역설적으로 나의 손을 펴서 이웃에게 나의 것을 희생적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적인 나눔은 하나님 나라의 경제학이다. 부서진 파도는 구름의 포말로 되살아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