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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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간

바니타스 정물

jo_nghyuk 2009. 5. 22. 01:42

 


오른쪽 그림은 바니타스라고 하는 정물이다.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왼쪽 그림에는 포동한 아이가 마른 해골펴를 지배하고 있다. 로마인의 모습처럼 그는 해골 위에 (조상 위에) 앉아 있다. 그 해골은 아이가 기어나온 집이기도 하다. 비누방울을 아이는 날리고 있는데, 방울은 아이의 살처럼 포동하다. 북실한 아이의 머리타래의 풍성함, 머리 위에는 곱슬을 닮은 구름이 떠있다. 풍성하다.

아이가 부는 비눗방울은 곧 터지게 되어있다. 아이는 알지 못한다. 그는 비눗방울을 불고 있지만 그가 기댄 해골처럼 그가 부는 것은 곧 파이프담배의 연기가 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비눗방울 같은 그의 눈 역시 텅 비게 된다. (우측의 해골 정물을 보라. 튤립도 살도 모래시계도,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죽음의 법칙이다.)

사람은 살아서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가득 채우려고 하지만 곧 비울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은 탐욕적이지만 현재는 모래시계의 모래알이 떨어지는 좁은 틈과도 같다.

이 틈(어떻게 말하면 한 점)에 과거와 미래가 X모양으로 가로질러 교차하게 된다. 현재 밑에 쌓인 것은 과거이며 위에서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미래이다. 과거에는 사건이 수북이, 미래에는 가능성이 수북이 쌓여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현재는 모래알 한 톨만 수용할 수 있는 틈이 있을 뿐이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말한다. 욕심내지 말라. 한 알씩 순종하여 비전을 이루어가라. (위에서 아래로의 방향은 순종을 지시한다.) 이것은 쌓는 것이며 동시에 그대가 소유한 것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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