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선인장 (1)
저녁의 꼴라쥬
물 속 선인장
비 오는 날은 여름의 시원한 틈. 우산을 쓰고 빗방울이 우산 지붕에 부딪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지직, 지지직 엘피판 소리가 났다. 그대가 쓰고 있는 우산을 올려다본다면 축음기의 나팔입구 모양을 한 우산의 내부가 보일 것이다. 그곳은 소리가 방출되는 외부이자 너의 외부를 감싸는 우산의 내부다. 아스팔트가 비에 젖어 검게 반들반들하다. 이제 보니 그대는 엘피판 위 바늘과 같은 인생. 지금은 어느 땅을 탐색하며 그곳에서 어떤 음악을 축음하고 있느뇨. 빗 속에서 그대의 사지_팔다리_가 조금쯤 젖는 것은 낭만적으로 권할 만한 일. 비에 젖어 거멓게 반짝이는 밤의 아스팔트를 보며 엄숙히 울렁이는 자궁의 X-ray를 생각한다. 아마도 태아는 양서류에 가까웠고 우리는 원초적으로 물이 편했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2009. 6. 10. 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