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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오늘부터 출근하는 길에 지하철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았다. 역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님에도 자전거를 매어두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에 무거움이 느껴진다. 그동안은 쉬는 날이나 저녁 시간에 짬짬이 자전거를 타왔는데, 쉬는 날이 없어지게 되면서 나의 자전거는 게으른 주인이 산책을 포기한 개처럼 현관 앞에 한동안 매여 있었다. 가을도 눈깜짝하면 지나가고, 은행잎과 플라타너스잎이 거리에 모자이크처럼 빼곡이 쌓일텐데, 그전에 부지런히 타두지 않으면 이 개는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기만 할 것이다. 예전에 진돌이(키우던 진돗개의 이름이다)를 오랫만에 산책시킬 때마다 녀석의 목줄에 거무튀튀하게 먼지가 끼여 있는 것을 보고 미안해 했었는데, 이 자전거의 하얀 프레임에도 눅눅한 먼지가 끼어 있는 것이었다. 미남 진..
요새 독서량이 조금씩 늘어감에 따라 체력에 대한 중요성을 점점 실감하게 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일이 끝난 아내를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8시가 되면, 함께 학교로 돌아와 아내는 음악관의 오르간 연습실로 들어가고 나는 도서관으로 돌아가 책을 읽는다. 그러나 이 시간부터 독서량에 비해 습득량은 10%가 채 되지가 않는 것이다. 책상에는 앉아 있으나 다리는 땅 밖으로 돌출된 구근처럼 꼬일대로 꼬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책에 의식을 뿌리내리지 못하였소, 라고 종아리가 외치는 격이다. 뿐만인가, 급기야는 나비처럼 펄럭펄럭 양다리가 날개짓을 하는데 그 모양새가 금방이라도 의자 위를 이륙할 기세다. 실상은 책 속에 조금이라도 침투하려는 수면 속 접영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갖은 노력을 두시간 여 한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