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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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홀트 메스너 이야기

jo_nghyuk 2012. 1. 16. 20:04
라인홀트 메스너는 유럽 알피니즘의 거장이다. 그는 히말라야에 몸을 갈아서 없는 길을 헤치고 나갔다. 
그는 늘 혼자서 갔다.
낭가파르바트의 8,000미터 연봉들을 그는 대원 없이 혼자서 넘어왔다. 홀로 떠나기 전날 밤, 그는 호텔 방에서 장비를 점검하면서 울었다. 그는 무서워서 울었다. 그의 두려움은 추락이나 실종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었다. 그 외로움에 슬픔이 섞여 있는 한 그는 산속 어디에선가 죽을 것이었다. 길은 어디에도 없다. 앞쪽으로는 진로가 없고 뒤쪽으로는 퇴로가 없다. 길은 다만 밀고 나가는 그 순간에만 있을 뿐이다. 그는 산으로 가는 단독자의 내면을 완성한다. 그는 외로움에서 슬픔을 제거한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외로움의 크고 어두운 산맥을 키워나가는 힘으로 히말라야를 혼자서 넘어가고 낭가파르바트 북벽의 일몰을 혼자서 바라본다. 그는 자신과 싸워서 이겨낸 만큼만 나아갈 수 있었고, 이길 수 없을 때는 울면서 철수했다.


김훈, 자전거 여행, (생각의 나무, 2000) p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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