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크리스 마틴의 찌푸림의 위로 본문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크리스 마틴의 찌푸림의 위로

jo_nghyuk 2012. 11. 30. 13:03
나는 사실 노래에 있어서 표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던 사람이다. 톰 요크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할 때마다 양쪽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흐느끼는 것이 정서표현에 있어 굉장한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그의 라이브를 보면서 비로소 숙고해보게 되었던 것이다. 교회에 찬양인도를 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항상 활짝 웃는 얼굴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지인이었던 성악 출신 자매가 예배가 끝나고 "표정은 발성에 있어서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의 활짝 웃는 얼굴은 기쁨을 표현하고, 큰 소리와 열린 음을 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표정이 발성의 확성기 역할을 해주는 것이리라. 
나는 톰 요크의 표정이 이를테면 온갖 비애와 멜랑꼴리함, 냉소와 비판의 믹스츄어에 대한 훌륭한 증폭기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몸의 율동을 통해서 기쁨의 표현의 층layer이 한 단계 더 올라가며 공교하고 복합적인 예배로 나아가는 것처럼, "진심으로 한다면" 옷을 찢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온갖 슬픔의 표정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여 노래를 하는 애가lamentation 또한 더 진정성 있는 신에 대한 표현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 크리스 마틴의 표정은 좀 더 다르다. 그의 미간은 톰 요크와 비슷하게 슬픔의 'ㅅ' 형태로 찌푸려진다. 그런데 그는 슬프지 않은 노래에서도, (위로하는 가사에서도) 미간을 슬프게 찡그린다. 두 가지 방향성에 따라 다른 개념으로 확장되어진다. 한가지는 신에 대한 방향이고, 다른 한가지는 사람에 대한 방향이다. 나는 오늘 사람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슬픈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 "슬픈 척 하는" 표정은 오히려 그를 더 아프게 하는 법이다. 담담한 표정과 무억양의 기계음보다 그를 더 아프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작위성인 것이다. 내가 슬프지 않은데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은 상대방과 나 사이에 경계의 도랑을 파는 행위이다. 슬픈 너는 저편에 있고 슬프지 않은 나는 이편에 있는데 이것이 마치 우리에 갇힌 사람을 보는 표정처럼 '의도하지 않게' 저편의 사람에게 해석되어지는 것이다. 지혜롭지 못한 천진함이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다. 
슬픈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그 도랑을 건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는 물과 불을 가리지 않는 아가페 사랑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의 표정은 이 슬픔의 도랑을 건너면서 슬픔의 강에 젖을 수밖에 없다. 나는 크리스 마틴의 표정이란 도랑을 건너며 "젖어가는 고통의 찌푸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건너가기 위해 찌푸려지는 것이다. 건너가고 있기 때문에 고통에 의해 찌푸려지는 것이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아직 내 이웃은 내 몸이 아니다. 이웃은 저편에 있다. 이웃은 내가 아니다. 그러나 "내 몸과 같이" 사랑하기 위해 내가 그에게로 건너갈 때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서로의 사이에 놓인 도랑을 지나가는 도상에서 우리의 얼굴은 고통으로 얼룩지며 찌푸려진다. 나는 너에게 완벽하게 건너갈 수 없다. 너의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하다. (성령이 이웃의 고통에 전적으로 참여하게 하심으로 똑같은 고통을 느끼고 참여하게 하는 순간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이 두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성령의 특별사역만을 전적으로 의지하여 이 고통의 연대의 문제를 처리하는 동시에 하나님은 우리의 일반사역을 통해서 이것을 또한 보조하게 하심으로 균형을 이루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랑을 건너가야 한다. 여기에 전제되는 것은 성령의 인도와 신적 아가페 사랑의 동기이다. (나는 이미 일찍이 성령의 인도를 벗어나거나, 인간적 사랑으로 그것을 시도하다가 나와 상대방 모두를 상하게 한 실패 경력이 있다.) 그러므로 이 고통에 의한 찌푸려지는 표정이 상대방에게는 이제 기쁨의 위로가 되는 것이다. 싫음의 찌푸림이 아니라, 기꺼이 이웃을 위해 고난을 받는 그리스도의 기쁨의 자발적 고통의 연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와 함께 한다. 나는 너와 끝까지 함께 아파한다. 나는 네 상처에서 새 살이 돋을 때까지 함께 아파하며 낫는다."

그래서 크리스 마틴은 상대방을 위로할 때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노래를 부른다. 이 찌푸린
표정에는 참으로 소중한 진정성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의 노래에서 깊은 감동을 받으며 위로를 얻는다.

나는 콜드플레이의 Yellow, Don't shiver, Trouble 등 1집의 노래를 더욱 추천한다. 어쿠스틱 라이브라면 더더욱 생생한 그의 고통의 연대가 와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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