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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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것은 가볍다

jo_nghyuk 2015. 10. 20. 11:39

오늘부터 출근하는 길에 지하철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았다.

역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님에도 자전거를 매어두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에 무거움이 느껴진다.

그동안은 쉬는 날이나 저녁 시간에 짬짬이 자전거를 타왔는데, 쉬는 날이 없어지게 되면서 나의 자전거는 게으른 주인이 산책을 포기한 개처럼 현관 앞에 한동안 매여 있었다.

가을도 눈깜짝하면 지나가고, 은행잎과 플라타너스잎이 거리에 모자이크처럼 빼곡이 쌓일텐데, 그전에 부지런히 타두지 않으면 이 개는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기만 할 것이다.

예전에 진돌이(키우던 진돗개의 이름이다)를 오랫만에 산책시킬 때마다 녀석의 목줄에 거무튀튀하게 먼지가 끼여 있는 것을 보고 미안해 했었는데, 이 자전거의 하얀 프레임에도 눅눅한 먼지가 끼어 있는 것이었다.

미남 진돗개나 아리따운 하이브리드 자전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남루해질 따름인 것이다.

내 허벅지와 종아리도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이들처럼 한동안 매여있던 그 무게감을 나에게 어필했던 것은 아닐런지.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무게와 상관없이 늘 무겁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무게는 점차 줄어든다. 그러므로 움직이는 이는 오히려 그 멍에와 무게로부터 점차 자유해지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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