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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그 프랑스인이 내 이름을 저녁, 하고 부를 때 나는 모든 윤곽이 흐물흐물, 뭉개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그 프랑스 교수는 jo를 먼저 발음하고, ng가 자신의 나라에서 발화되는 방식으로 내 이름을 읽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jong hyuk종혁하고 발음할 것을 그 프랑스인은 jo nghyuk줘뇨끄라고 읽었는데, jong에서의 ng가 뒤로 밀려나면서 hyuk에 붙어서 마치 avingon*아비뇽의 ng처럼 새로운 화학작용이 일어난 것이다.안경을 벗고 사물을 보듯이, 나와 너 사이에 모호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가득할 때가 있다. 분명한 것들이 힘을 잃고 곤죽이 되고 으스러지고 비틀어지는 저녁의 시간이 올 때가 있다. 온갖 창조성으로 가득한 시간. ng가 jo 뒤에 붙어서 종이 되기도 하고, hyuk 앞에 ..
최근에 아침에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 출근해서 마시고 있는데, 일주일 전부터 아메리카노에서 산패된 원두 맛이 나고 있다. 로스팅한지 기간이 많이 지났나 보다. 사실 싼 맛에 알면서도 마시고 있지만, 산패된 원두를 2500원에 마시는 것은 그다지 싼 가격은 아닌 것 같다. 일전에 네덜란드 제베나르에 갔을 때, 나는 친구에게 '더치커피'가 있냐고 물었다. 친구가 준 것은 '한국의' 더치커피가 아니라 그냥 Dutch에서 파는 커피였다.(네덜란드에서 커피가 날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 커피는 분쇄된 상태로 300그람정도 포장되어 판매되는 커피였다. 그런데 지금 카페에서 사 마시는 모닝 아메리카노가 그 맛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커피를 맛으로가 아니라 추억으로 마시는 중이다.공교롭게도 '산패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