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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겨울에 대한 후각
여름이 오는 기미를 당신은 미리 오는 흙내음으로부터 알아차리겠지만 반대로 겨울은 지나고 나서야 맡을 수 있는 냄새들이 있다 냉냉한 귤을 까먹는 손톱 속에 귤냄새가 배었던 것과 건물 어귀를 도는 시린 바람 속에 풀빵 냄새가 숨어 있었다는 것은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추억을 통해 맡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인간이란 그제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겨울의 시간들은 해동되어지고 난 뒤에야 해독되어진다는 것을 진주조개는 자신이 한껏 움츠렸던 아픔의 첨예함 만큼 놀라운 것이 자기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죽기 전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누구도 스스로 시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2010. 11. 2. 18:16
시인의 고뇌는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가진 혁명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꼭 50년 전의 그날, 4월 19일 나는 동숭동 캠퍼스의 벤치에 막막한 기분에 젖어 혼자 멍하고 앉아 있었다. 방금 많은 학우들이 교문 밖으로 구호를 외치며 뛰어나가 교정은 거의 텅 빈 것 같았다. 내가 민주주의며 정의와 자유를 생각하면서도 시위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한 장면을 되씹고 있었다. 돈암동에서 대학로가는 버스를 타고 혜화동에 이르렀을 때 한떼의 고등학생들이 한바탕 놀이판에서 놀고 돌아오는 듯한 흥겨운 기분에 젖어 거리에서 낄낄거리며 떠들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자못 마땅치 않았다. 나라와 역사를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며 부정을 규탄하고 있다면 저렇게 장난치듯 해서는 안된다, 참된 역사는 진지한 태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저렇게 우스꽝스런 모습이어서는 안된다고..
오랑쥬 껍질 씹기
2010. 7. 15.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