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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아버지의 외로운 다음카페에 들어가보았다. 조회수도 몇 없고 댓글도 없는 글들이 가득하다. 던 그 글 앞에서 유난히 눈물이 흘렀다.아버지를 찾아뵐 때 언덕진 근처 공원으로 휠체어를 밀어올려 드리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아파트 단지 앞 트럭에서 과일장수가 팔던 사과 세 덩이 아버지 무릎 위에 놓고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 한덩이씩 비둘기와 같이 먹고, 아버지와 한참을 수다를 떨곤 했다. 아버지의 외로운 카페에 들어가 외로웠을 아버지 생각하니 더더욱 사무친다. 불꺼진 한밤 중에 잠이 오지 않아서 로비의 컴퓨터에서 몇 자 끄적였을 아버지. 어두운 밤 소스라치게 깨어나 하나님 살려달라고 작고 약하게 기도했을 아버지.아버지는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고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마를 만지고 얼굴을 보았다. 의식..
오늘은 출근길에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그래서 오늘은 자전거를 집에 매어두고 왔다. 비오는 날 진돌이를 집에 매어두고 나갔다 오면, 누런 털 냄새가 그렇게 진동하곤 했다. (냄새가 진동한다는 표현은 참 문학적이다. 냄새는 특유의 파장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팠다. 누워서 책을 읽곤 하는 나쁜 습관 때문인 것 같다. 어제는 누워서 오르한 파묵의 과 새물결플러스에서 나온의 홈스 롤스턴3세의 '비움과 자연' 부분을 읽었다. 앉아서는 키에르케고르와 레비나스, 성경을 읽었고, 를 마침내 다 읽었다. 키에르케고르는 무구함이 불안을 만나게 되면서 자유를 체험하게 된다고 말했고, 에서의 홈스 롤스턴은 '자발성'이라는 것, '자유'라는 것이 도덕과 연계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도덕을 가..
오늘부터 출근하는 길에 지하철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았다. 역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님에도 자전거를 매어두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에 무거움이 느껴진다. 그동안은 쉬는 날이나 저녁 시간에 짬짬이 자전거를 타왔는데, 쉬는 날이 없어지게 되면서 나의 자전거는 게으른 주인이 산책을 포기한 개처럼 현관 앞에 한동안 매여 있었다. 가을도 눈깜짝하면 지나가고, 은행잎과 플라타너스잎이 거리에 모자이크처럼 빼곡이 쌓일텐데, 그전에 부지런히 타두지 않으면 이 개는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기만 할 것이다. 예전에 진돌이(키우던 진돗개의 이름이다)를 오랫만에 산책시킬 때마다 녀석의 목줄에 거무튀튀하게 먼지가 끼여 있는 것을 보고 미안해 했었는데, 이 자전거의 하얀 프레임에도 눅눅한 먼지가 끼어 있는 것이었다. 미남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