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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최근에 아침에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 출근해서 마시고 있는데, 일주일 전부터 아메리카노에서 산패된 원두 맛이 나고 있다. 로스팅한지 기간이 많이 지났나 보다. 사실 싼 맛에 알면서도 마시고 있지만, 산패된 원두를 2500원에 마시는 것은 그다지 싼 가격은 아닌 것 같다. 일전에 네덜란드 제베나르에 갔을 때, 나는 친구에게 '더치커피'가 있냐고 물었다. 친구가 준 것은 '한국의' 더치커피가 아니라 그냥 Dutch에서 파는 커피였다.(네덜란드에서 커피가 날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 커피는 분쇄된 상태로 300그람정도 포장되어 판매되는 커피였다. 그런데 지금 카페에서 사 마시는 모닝 아메리카노가 그 맛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커피를 맛으로가 아니라 추억으로 마시는 중이다.공교롭게도 '산패된' ..
Joost Van den Brand는 블로그에 계속해서 네덜란드의 구름만을 찍은 사진을 포스팅했다. 아이디 jonnygreenwood는 이런 리플을 달았다. "이래서야 당췌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알수가 없잖소" 하지만 요스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구름만을 찍었다. 화사한 구형 캐논 300d로. 조니 그린우드는 그래도 자신이 네덜란드에 있던 시간을 자주 회상할 수 있어 좋았다. 툴툴거리는 리플을 달면서도 구글 크롬의 탭에 그의 블로그를 favorites로 넣어두고 계속 방문하는 한가지 이유였다. 조니 그린우드는 2009년의 네덜란드를 회상했다. 3층을 넘어가는 건물이 거의 없는지라, 네덜란드 전역 어디서나 360도 파노라마의 구름 풍광이 펼쳐져 있었다. 어쩌면. 땅보다, 네덜란드의 풍광은 저 구름 풍성..
네덜란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군대개미같은 자전거행렬도, 한 블럭을 지날때마다 조우하게 되는 운하들도 아니었다. 다만, 땅을 삼킬 기세로 다가오는 가슴을 쓸어내릴듯하게 거대한 구름들이었다. 내 시야에는,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구름이 점거한 풍경뿐이었다. 땅은 너무 낮았고, 가옥은 3층 이상으로 세운 것이 없고, 운하는 실핏줄처럼 미세했다. 보이는 것은 구름 뿐이었다. 나는 라익스뮤제움에서 19세기 네덜란드 풍광화가들의 구름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얀 반 에이크, 베르메르, 야코프 반 루이스달. 그들은 구름을 액자 속에 박제해 넣기로 정평이 난 거장들이라지만, 나는 그들의 박제된 구름이 액자 속에서 지금도 박살이 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온 참이었다. 금이 간 구름이라니, 낮은 땅..
1 오늘은 알렉스 얘기를 하려고 한다. 알렉스는, 암스테르담 동쪽 근교 (두 정거장 떨어진 비교적 변두리)에 위치한 Kadijksplein (plein이 붙으면 광장이라는 말이 된다. Museumplein은 미술관 광장, Rembrandtplein은 렘브란트 광장인데, Kadijksplein의 면적을 보면 아, 네덜란드 사람들은 약간만 공터가 있어도 plein을 붙이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에서 만난 베트남계 네덜란드인이었다. 부모는 베트남의 수도승의 가문이며 자신은 장남이라, 그곳에 돌아가면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수도승(monk라고 했다)이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알렉스는 매우 착한 친구였다. Kadijksplein은 다름아닌 내가 머무는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