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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비 오는 날은 여름의 시원한 틈. 우산을 쓰고 빗방울이 우산 지붕에 부딪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지직, 지지직 엘피판 소리가 났다. 그대가 쓰고 있는 우산을 올려다본다면 축음기의 나팔입구 모양을 한 우산의 내부가 보일 것이다. 그곳은 소리가 방출되는 외부이자 너의 외부를 감싸는 우산의 내부다. 아스팔트가 비에 젖어 검게 반들반들하다. 이제 보니 그대는 엘피판 위 바늘과 같은 인생. 지금은 어느 땅을 탐색하며 그곳에서 어떤 음악을 축음하고 있느뇨. 빗 속에서 그대의 사지_팔다리_가 조금쯤 젖는 것은 낭만적으로 권할 만한 일. 비에 젖어 거멓게 반짝이는 밤의 아스팔트를 보며 엄숙히 울렁이는 자궁의 X-ray를 생각한다. 아마도 태아는 양서류에 가까웠고 우리는 원초적으로 물이 편했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재즈의 출생지는 도시였다 뉴올리언즈 출생인 그는 혼혈아었고 브뤼콜라쥐bricolage였다. 그의 아버지는 저녁의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누구도 대낮에 뮤트트럼펫을 연주하지는 않는다. 재즈 트랙들은 노선도에 개의치 않고 역들을 무심하게 건너뛰는 급행열차같은 것이다. 타이틀은 사라지고 음들의 기후atmosphere로만 우리는 이 지대를 탐험할 뿐이다. 때로 다른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범위 안에서 그들의 유사한 기후로 인해 하나의 친숙한 군group으로서 느껴지기도 하는데 마치 엄연히 다른 국가지만 같은 밀림 습지대에 속한 여러 족속처럼 모든 타이틀이 섞여 하나처럼 들리는 것이다. 음계들의 공통성단. 그들의 아버지는 저녁의 얼굴색을 하고 있다.
후루룩 소나기같은가락빨아들이면 속이 빈 듯한 찬 듯한 _ 가랑비 내린 듯한 뱃속
j는 구부러진 억압된 왜곡된 소문자 i i의 소극성은 외부로 분출하지 못하는 억압의 결과를 낳고 à 병리적 현상은 à 내부로 구부러뜨리는 = 순환/ 이상하지, 내면에서 내면으로 순환하는 Circle line j = 자기 천착을 위한 갈고리의 형신形神 j 왜 너는 얘기를 하지 않지, 선배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어울리잖아 제이는 뒤에 있는 것이 좋았다고 그냥 그것 뿐인데용 언제나 제 이의 사람 제이 차선Plan_B를 좋아해서 올웨이즈 옆 차선으로 빠지는 사람 J는 곱슬곱슬 동시대인들은 직모를 두개골에 심는다 그래서 J는 스케치보단 스케치북 주변부의 스프링에 가까워 보이는 데생 넌 너무 생각이 많아, 생각을 자제하고 손을 움직여 미용실 원장이 j의 손을 미용 가운으로 가리고 머리칼/상상과=데셍을 자의..
그릇, 이라고 나는 발음했다 그릇에 음식이 담겨지듯 종이에 텍스트가 담겨 있다고 누구도 그릇 가장자리까지 음식을 꾹꾹 담지는 않는 것처럼 (있다면 드물게), 텍스트도 적당한 분량으로 여백을 남기며 책에 담겨져야 한다. 행간 이 없다면 텍스트는 독자를 압박하게 될 것이고 독자의 시선은 그가 머물 행간의 없음에 강압적으로 재촉당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에 그가 텍스트 바깥으로 시선을 조금이라도 헛디디게 된다면 그는 곧 책 바깥으로 추락해버릴 것이다. 이렇게 독자를 압박하는 책으로는 교과서와 문제집 류가 있다. 행간이 넓을 수록 독자는 그 여유공간에 코를 집어넣고 기꺼이 텍스트를 들이쉬고_inhale 내쉴_exhale 것이다. 들이쉬고 내쉰다는 것은 책과 독자가 교감_ corresponde한다는 것이다. (독자..
1 테니스 컨버세이션을 하듯 계속 주고받는 너와 나의 감정 감정들의 색이 꼴라쥬를 만들어가 추정할 수밖에 없는 네 감정의 몽타쥬 다 마신 찻잔 속을 한숨으로 채워넣고 둥근 손잡이를 라켓처럼 만지작거리며 주저하고 있지 어떤 서브를 넣어야 할지 어떤 말을 하나 파울 되면 어찌하나 두려움에 내 심장이 물감 튜브처럼 짜부러졌나봐 조심스레 정돈해둔 팔레트의 물감들이 혼란 속에 뒤섞이고 있네 섞인 색은 도시 밤하늘의 자줏빛과 같이 불안의 색조를 내며 일렁이고 있지 의식들은 깜박이는 가로등이라도 파도치는 감정 속에 등대가 되지. 2 붓을 지진 기록계처럼 감정들에 요동치게 할 순 없잖아 침착하게 감정들을 눌러 가다듬어 팔레트에 물감들을 정돈해나가듯이 붓으로 한자를 쓰듯 지긋하게 가랑비가 여름을 식히듯 정성스레, 노트북..
전통 궁궐 건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견고하고 복잡한 한자漢字 언어 형상 같기도 하다. 전통 가옥의 지붕은 꽤 크고 검은데 한자의 갓 (예를 들어 字 라고 하면 子자 위에 씌운 갓)을 연상케 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현대로 오면서 건축물들은 현대인들과 함께 갓을 던져 버렸다. 그건 서구화의 징후이기도 했다. 과거였다면 기와지붕과 갓의 부재는 천함의 표식이었으나 실용주의는 거추장스러운 지붕과 갓을 단호히 벗어버리게 했다. 곡선, 복잡, 삐침의 중국적인 미학
아이의 울음과 어른의 울음은 주파수가 다르다. 어른들은 아이의 울음에 대해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지하철 안이었다. 아이가 통곡을 했지만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아이는 자신의 성대가 더 발육하여야 호소력이 생긴다는 점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에게 하나님 아버지의 울음은 어떤 호소력이 있을까. 지하철 안에서 아이에게 주파수를 맞춰주지 않던 사람들은 아이의 울음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의 부모를 제외하고) 우리는 아버지의 울음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가. 일단 주파수를 맞추고 나면, 그것이 세상의 어떤 성대도 흉내내지 못할 엄청난 호소력으로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한 후 모든 여론의 분위기가 급전환되었으며 수사가 종결되었다. 마치 그에게 죽음을 요구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를 비난하던 여론, 검찰, 사람 할 것없이 모두 고양이처럼 조용해져버렸다. 물론 그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행위에 놀라고 있다. 사마리아인에게 돌을 던지던 사람들이 사마리아인이 죽자 슬쩍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그의 영정에서 애도와 동정, 찬사를 보낸다. 가족의 문제 수사의 문제 도덕의 문제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는 희생양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문제를 잠잠하게 해버렸다. 사회는 그에게 죽음을 요구했던 것일까? 매스컴에서 떠들 듯 한나라당이 정치적 타살을 그에게 유도한 것일까? 그들도 자신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