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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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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제 3으로서의 속성이 아니라 지성 안에서 그것을 활력있게, 감성 안에서 그것을 활력있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둘이 서로를 끌어안게 하는 힘이다 나는 인력의 힘을 가지게 하는 그 무엇이다 그러나 모든 물체가 인력을 부여받은 뒤에도 어긋나고, 뒤틀리고, 탈골되기만 해왔다 깨진 이빨로 웃는 지성과 주저앉은 코로 우는 감성 지성은 고독하게 오만의 높은 산을 올라왔고 감성은 방탕하게 무지의 넓은 길을 헤매왔다 그 둘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며 영이 말한다 : 무지하다면 차라리 입을 열지 말아라, 이치를 가리기만하는 지성이여, 너의 성난 파도는 여기까지 오고 넘어가지 못하리라, 도무지 만족을 모르는 감성이여, 그러나 어느 순간 영이 지성을 동트게 하고 감성의 빗장을 풀 때 사람들은 웃으리..
백금같이 명징하던 해가 호박죽처럼 초라해지는 시간 왕자가 거지가 되고 늑대가 개가 되며 나약해지고, 깨지고, 부들거리며, 우울하고, 어둡고, 괴로워지며, 쥐어짜는 시간 사랑에 빠진 이들의 심장처럼 곤죽이 되고, 과부하가 걸린 노트북처럼 버벅이고, 방금 꺼진 형광등처럼 놀란 맥박들이 어리둥절하고, 조용한 확신으로 기쁨의 칸타타를 흘려보내던 정원이, 시끄럽도록 슬픈 혼혈아들의 뉴올리안즈 재즈 놀이터로 변한다 윤곽이 흐릿함에도 질료는 그대로 있고 각자가 차지한 공간도 침노당하지 않았으나 빛이 아닌 어둠 속에서 세계는 비로소 벌거벗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어둠 속으로 당신의 조각들을 넘겨주기 전에, 아직 점멸하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처럼 의식과 기회가 남아 있을 때에. 윤곽선과 흐릿함이 동시에 살아 있는..
어제로부터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 새벽은 어둠의 깨어짐 같은 것이다 어둠이 깨지면 술에서 깨어야 함을 직감하는 것이다 오늘의 아침은 침침한 별빛같아 보였지만 익사하지 않은 이들의 것이다 눈이 감길 때마다 다시 눈을 뜨는 그 치열한 점멸이 무언가를 긴박하게 전언하는 커서의 깜빡임처럼 어제의 사람들 사이에서 반짝인다 어제의 사람들 사이에서
온 바다를 말려 소금을 만들듯 나도 자유를 내놓아 작은 결정結晶이 되고 싶다 오래 작열하는 태양 아래 청순한 소금이 되어 모든 썩음의 품 속에 들어가 대신 썩어 생기를 주고 모든 밍숭맹숭함 속에 들어가 대신 죽어 맛을 주는 그런 작은 결정決定이 되고 싶다 눈물을 말리면 소금이 된다 소금이 녹으면 눈물이 된다
나무가 잎새들을 찢는다 단풍이 핏방울처럼 맺히고날개 찢긴 나비마냥 은행잎들이 불시착한다 겨울 오는 길목 이렇게 고통의 모자이크로 수북하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벌거벗을 수록 나무의 형신이 십자가를 닮고 이상도 하지 찢어발길 수록 팡파레처럼 흩날리는 저 잎새들이 이 고통으로 어떤 형상을 꼴라쥬해 가는 것일까
사랑은 모든 자의 허물 위로 조용하게 덮인다 자기 허물로 외로워진 그 한사람 곁에서 조용히 함께 울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다 너를 믿는다. 고 사랑은 거듭 약속한다 허물이 벗겨질 때까지나 허물을 벗은 뒤에도 여전히 사랑은 순전하고, 그대로다. 사랑은 여전히 약함의 어머니이자 그대로 강함의 아버지이다 모든 연약의 엄마이며 모든 견딤의 아빠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스시 장인이 된다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 하나 대강 하는 것이 없이, 적절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향한 배열이 소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돌멩이 하나의 위치도 정성스레, 바위가 땅에 박혀 있는 깊이의 정도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고민해보고, 다시 위치를 바꾸어보기도 합니다. 물줄기는 어디에 있어야 가장 쾌적한지, 어느 종류의 나무를 심을지, 그늘과 햇빛은 어느 정도의 비율을 이루어야 할지를 조정moderate해간다는 점에서 정원을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의 날 것의 언어를 상대방이 먹음직한 크기로 신선하고 창의적으로 보암직도 하게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의 영양적이고 미감을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스시를 만드는 장인의 자세와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