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20시에 자도 24시에 눈이 떠진다. 시차 적응을 하는 몸은 솔직하다. 너무 개운해서 이번에는 아침까지 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몸은 13시에 낮잠을 잔 것으로 계산해서 15시에 나를 깨운 것이리라. 낮잠을 잤다고 생각하고 개운한가 보다. 그럼 또 04시가 되어야 잠이 오려나. 아무튼 나는 개운한 상태로 5월 13일 새벽에 12일의 수기를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도 04시가 지나서야 잠이 들었고, 09시에 눈이 떠졌다. 씻고 오랫만에 모교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독일에서는 지갑 따위에 카드가 들어가 있으면 카드 리더기가 읽지를 못한다. 지갑 안에 있는 카드를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신세계다. 한국이 선진국이고 독일이 후진국인 것 같이 느껴진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지나치게 바..
그렇다. 지금 나는 장신대의 숙소 안에 있다. 오랜만이라 오히려 처음 입학하고 풋풋하던 새내기 전도사 시절이 생각이 났다. 새삼스레 나의 모교가 이다지도 좋았던가, 하며 감탄했고, 오랜만에 만난 한국 교수님도 너무 좋았고, 교정을 거닐고, 학교 앞 조용한 마을을 산보하는 것도 참 평안했다. 그냥 이 모든 것이 은혜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나된 것이 하나도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지도교수님과 나를 태워서 장신대까지 데려다주고, 한국의 교수님이 환대를 해주시고, 함께 한강을 거닐고, 간만에 커피점빵의 게이샤 커피를 아이스로 마시고, 교수님을 숙소로 모시고 다시 나와 한국에서 사역하던 교회의 청년들을 만나 늦게까지 하나님 얘기를..
독일에서의 to-do가 다 끝났다. 수요예배를 인도하고 나서 영적으로 매우 상쾌한 동시에, 육체의 기어를 조금씩 내려서 휴식해야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집에 와서 조용히 고기를 구워먹고, 토트넘과 아약스의 경기를 보다가 아약스가 두 골을 전반에 넣는 것을 보고 노트북을 닫고 외국인청에 낼 서류를 아내와 함께 작성한다. 서류가 다 구비된 것을 확인하고, DAZN에 들어가 보았더니, 아 글쎄 brésilien 루카스 모우라가 두 골을 넣어놓은 것이 아닌가. 경기는 20분이 채 남지 않았고, 육신의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고야 말았다. 90분의 시간이 끝나고 주심은 5분의 연장시간을 주었다. 5분이 다 끝나고, 5분 1초가 될 때, 루카스의 발 끝에서 골이 하나 더 터졌다. 루카스는 기독교인 같은데 연신 ..
독일은 봄 중간에 겨울이 껴있기라도 한 것인가. 아침에 눈발이 거세다. 봄에 진입한지 한참 지났는데도 눈이라니? 이제 다시 해가 뜬다. 나는 아침에 일찍 번역 업무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서울에 가서 할 오후 집회 설교 작성과 수요 예배 준비와 목요일의 비자 갱신을 위한 서류들을 차분하게 하는 것이고, 서울과 교토의 지인들에게 줄 작은 것들을 준비하는 일이다. 그 외에는 하지 말자, my priority. 신문을 보니 40대가 되면 한주 25시간 이상 일하는 것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나는 아직 3년 남았는데도 지극한 공감이 간다. 20대의 치열함은 이제 먼 이야기인가. 성경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목사님이 부드럽게 타이르신다, 청년들 너무 잡지 마세요. 최근에 목이..
두 가지 방향의 진리의 사고를 교차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 1. 영적인 분별력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에게 주어진다. 2. 동시에 영적인 분별력을 위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이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자들에게 은혜를 주신다 (벧전 5:5).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나 신약의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이 이미 선택을 받았으며 늘 은혜 안에 거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깨어 두려움으로 구원을 이루어가는 자세'였다. 이미 구원을 손에 넣었다고 자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교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생각하고 말하는 것과 실제 실력이 다른 것이다. 마태복음 13:11-15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말은 늘 그가 주의 말씀으로 인해서 '갈등'을 겪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