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며칠 전부터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주말에 약속들도 잡지 않고 시간을 비워두고 예정된 시간Zeitraum안에 마치리라 완고히 다짐해서였을까. 아침에 도무지 일어나기가 싫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왠일인지 자정까지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잠들었고, 7시 경에 눈이 떠져서 다시 잘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한 시간 여를 비비적거리다가 나왔다. 욕심을 버리자, 오늘 못 하면 내일까지 하면 어떠냐. 나의 스케쥴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도 다 마다하면서 질주하려고 했는데, 부담 때문인지 스타트를 좀체 못 끊는다. 마음을 비우고 오전 시간은 아내 청소를 살짝 도와주고, 기타를 치며 보냈다. 목소리가 돌아왔다.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다 (이 무슨 말인가. 목소리가 완전하게 돌아오지 ..
한 주가 끝났다. 총 9번의 설교를 했고, 지난 금요일을 포함하면 10번의 설교를 했다. 요한계시록의 에베소 교회를 시작으로, 소아시아의 7교회에 대한 주님의 책망과 위로를 전했고, 요한계시록의 전체적인 개관을, 특별히 시간개념을 다루었고, 마지막 두 번은 요한일서에 나오는 이웃사랑에 대한 것으로 설교했다. 금요일의 마지막 아침 설교가 끝나고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주님 죄송합니다). 무거운 짐이 등에서 끌러진 기분이었다. 사근사근한 햇볕 속에 아내와 총총 걸어서 집에 왔다. 그리고 나서 긴 낮잠에 들어갔다. 자고 일어나니 아직 번역해야 할 지도교수님의 원고가 떠올랐다. 서울에 가는 날은 보름도 채 남지 않았고, 이십 일 정도 뒤에는 교토에 간다 (교토가 중요하다). 번역작업이 많이 진척됐다고 생각했는..
프랑스어 반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선생은 내 이름을 저녁이라고 발화했다. 이미 배웠던 문법이라 그냥 놀면서 3시간이 흘러버렸다. 도시의 특성상 디자인이나 건축을 전공한 친구들이 있어서 뭐랄까, 경험하는 감각 자체가 새로웠던 것 같다. 다들 적당히 낯을 가리고 약간의 사교성을 가진 그런 사근사근한 분위기도 맘에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에게 이보다 높은 반에서는 무얼 배우냐고 물었다. 과거형을 다룬다고 다음주에 한번 와보라고 했다. 나는 놀면서 한학기를 보낼 것인가, 빡세게 복습을 해서 지금까지 배운 것보다 수준이 높은 과정으로 빠르게 넘어갈 것인가를 다음주에 결정할 것이다. 7월에는 다시 빠리에 갈 예정이다. 이번 주는 아침 저녁으로 예배 설교를 하고, 기도를 하고, 그 사이 시간에 설교를 쓰고 나면..
0. 예수 부활했으니 1. 갈보리 2. 무덤 이기신 예수 3. 오 주여 나의 마음이 + 무덤 이기신 예수 4. 찬양의 제사드리며 5. 우리 보좌 앞에 모였네 0. 예배를 시작하기 전까지 선곡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무덤에 머물러"를 해야 하나 고민이 끝까지 있었지만, 어떤 곡을 선택해도 하나님께서 받으신다는 마음이 있었다. 특별히 "예수 부활했으니"의 가사에서 힘찬 고백이 있어서 회중들이 힘을 받고 힘을 내며 찬양이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 갈보리Golgatha는 한국어로 교회에서 찬양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독일교인을 위해 영어 혹은 독일어로 불렀는데, 한국어 가사는 보다 영어 가사의 원의미에 가깝게 번역되었다. "갈보리 덮으시네Calvary covers it all"은 독일어 가사인..
18일의 복기를 쓰는 것을 깜박했다. 18일 저녁기도회 때 기도중에 거대하고 웅장한 제단의 그림을 보았다. 내가 힘을 다해 주를 추구하는 운동이 하나님에게는 제단의 형상화와도 같은가보다. 온 힘을 다하며 정성을 다하고 정교하고 공교하게 제단을 만들때 그곳에 임하는 하나님의 영광의 감격은 무엇과도 비할수 없다. 그에 대한 복기를 했었어야 하는데 하루만 지나도 무엇을 써야했었는지를 잊어버린다. 19일 저녁기도회의 설교를 맡았다. 최근의 신앙의 결이 매우 힘찬 느낌이 있어서 요한계시록의 에베소 교회에 대한 편지로 설교 구절을 정했다. 아침기도회를 드리는데, 어제 잠시 삐끗해서인지 17일까지의 속력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설교 구절을 요한계시록 2장 전체로 하려다가, 최대한 헬라어 구절을 번역할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