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퇴근시간인 5시경 압구정 역에서 구파발 행 3호선을 타고 종로 3가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건너편의 지친 비즈니스맨들이 앉은 것도 아니고 기대 누운 것도 아닌 기묘한 자세를 하고 있어서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모양은 상당히 공공기관의 환경에서는 민망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과도한 사업처리로 경직되어진 자신들의 신경을 이완시키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몸짓이란 것을 알게 되면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엉덩이를 최대한도로 전진시켜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그들의 몸이 닿은 지하철 좌석의 끄트머리는(나는 분명 그들이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신들의 지친 의식을 놓아버리기 원하는 (*그리고 공공기관인 탓에 또 마냥 배째고 누워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취하는) 현실..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내가 아무리 그의 귀에다 대고 어떤 말을 한다 하들,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꿈을 꾸고 있으므로 나의 말은 그의 꿈 속에서 왜곡distortion되어져서 –컬트적이든, 아니든, 플롯이 서사적narrative이든, 부조리극 형식이든 상관없이 그의 꿈 위주로(혹은 범주 안에서) –해독(혹은 암호cord화)되어진다는 얘기다. 내가 올바르게 메시지message를 전달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흔들어 깨우기. 촉각은 이런 때 청각보다 더욱 현실적realistic인 감각인 것이다. (실제로 꿈 속에서 크게 다친다거나 해도 우리가 그다지 큰 통각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그 사실의 근거가 되어준다. 촉각은, 외부outward에서 수행되어지는 감각인 까닭이다.) 흔들어 깨우지 않고서는, 그의 닫힌s..
유행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특이현상이 사회 안에서 공통적으로 오버플로우overflow하는 것. 예를 들어 빨간, 노란, 파란, 형광계통의 바지를 유행시기 이전에 입은 개인은-그리고 그것이 일정 집단적인 현상이라 해도 그것이 여전히 마이너minor적인 흐름이라면 그들은 전체집단에 의하여 괴짜weirdoes로 단죄당하게 된다. 유행은 마치 담론과도 같아서, 주류mainstream에 의하여 운동하여야만 그것이 공인되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승인되어질 수 있다는 것은 그에 따르는 역사적인 근거, 즉 사회적인 요구가 먼저 발생하였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행렬을 통해 우리는 현재 한국사회 안에서의 공통적인 요구(또한 이것은 역사적인 맥락 안..
요한복음 8:52~59 유대인들이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이 귀신들린 것을 알겠소. 아브라함과 예언자들도 죽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든지 나의 말을 지키면, 그는 영원히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우리 조상 아브라함보다 더 위대하단 말입니까? 아브라함은 죽었고, 예언자들도 죽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내가 나를 영광되게 한다면, 그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분은 너희가 우리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분이시다. 너희는 그분을 모르지만 나는 그분을 안다. 만일 내가 그분을 모른다고 한다면, 나도 너희처럼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알고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은 내 ..
병리현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광기는 항상 억압의 대상이 되었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읽어보면 모든 사회에서 광기는 사회구조를 와해시킬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따라서 위법으로 간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철학자들은 광기를 이성과 대치되는 부정적인 것, 수많은 오류와 환상을 야기하고 진리를 왜곡하여 인간을 혼란시키는 주범으로 비난하였다. 다양한 문화그룹의 정신건강을 연구한 정신분석학자와 문화인류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광기를 주어진 삶의 규범과 비교해서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 가까이하기 싫고 내게서 멀어지길 바라는 악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지탄하는 광인의 모습에서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나도 그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 내 안에 존재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