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오랑쥬 껍질 씹기 (170)
저녁의 꼴라쥬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한 후 모든 여론의 분위기가 급전환되었으며 수사가 종결되었다. 마치 그에게 죽음을 요구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를 비난하던 여론, 검찰, 사람 할 것없이 모두 고양이처럼 조용해져버렸다. 물론 그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행위에 놀라고 있다. 사마리아인에게 돌을 던지던 사람들이 사마리아인이 죽자 슬쩍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그의 영정에서 애도와 동정, 찬사를 보낸다. 가족의 문제 수사의 문제 도덕의 문제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는 희생양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문제를 잠잠하게 해버렸다. 사회는 그에게 죽음을 요구했던 것일까? 매스컴에서 떠들 듯 한나라당이 정치적 타살을 그에게 유도한 것일까? 그들도 자신들의..
예전에 시계방에 시계를 고치러 간 일이 있다. 부모님이 중국에서 MONTBLANC 짝퉁 시계를 2만원을 주고 사오셨는데 역시나 몇 달되지 않아 고장나 버렸던 것이다. 연로하신 시계방 아저씨는 몽블랑의 기표를 이게, 무어야. 몬_티 블란_씨 라고 자의적으로 발음하셨다. 자신이 알고 있는 외부의 것들을 배제하는 기표해독. 어쩌면 나도 좁은 세계 안에서 외부의 기표들을 해독하려는 노력도 안한체 스스로 갇혀 있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지하면 편협하다. 글로벌을 모르는 이에게 물 밖은 텅 빈 외계이며 나라의 언어는 기의가 없는 기표가 될 것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좁은 궤도만이 있을 뿐이며 외부의 모든 궤적과 궤도들은 그에게 이물감을 들게 할 뿐이다. 놀랍다. 이런 이에게는 안드로메다 은하도 우리의..
드라마 『CHANGE』를 요즘 보고 있다. 일개 시골 초등학교 교사인 아사쿠라 케이타가 일본 정국에 입성해서 총리가 되어 국정을 맡는 스토리인데 사실 케이타에게 진한 카리스마나 탁월한 결단력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같은 이미지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자신의 신념과 정직이 있으며 그것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중심이 있었으며 사실 탁월함은 그의 동료들에게 더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다른 사람을 세워주는 섬김의 기술」이 아닐까. '팀웍이 생명'이라고 말하는 그 안에서 사실은 자신이 그 중심에 서고 싶은 야욕은 모든 이가 도전받는 유혹이다. 드라마에도 계속해서 그런 그릇된 야욕을 버리지 않는 정치가가 '팀웍'을 흐리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 드라마는 현재의 일본 정..
당나귀에 대한 설명 당나귀는 동물분류학상 말·얼룩말과 함께 말속(屬)을 형성하고 있다. 당나귀의 기원은 가축화된 것과 야생의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야생의 것에는 아프리카 야생당나귀와 아시아 야생당나귀가 있다. 아프리카 야생당나귀는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남부지방에 걸쳐 살고 있다. 몸의 크기는 큰 개 정도이며 좀더 큰 것도 있다. 힘은 세지만 성질은 소심하다. 아시아 야생당나귀는 시리아 ·아라비아·이란·티베트·몽골 등지에 살고 있다. 몸의 크기는 대체로 말과 당나귀의 중간 정도이다. 다윈은 아프리카 야생의 누비아당나귀(E.a.africanus)를 오늘날 당나귀의 선조로 취급하였는데, 켈러는 아시아 야생당나귀를 당나귀의 원종으로 취급하고 있다. 현재는 아프리카 야생당나귀가 가축화된 것이라는 게 정설화되어 있..
얼룩말처럼 얼록덜록한 치아를 가진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_ 그랜드 피아노가 잘 빠진 곡선을 가진 다리로 아트홀 강단 위에 귀족의 말처럼 세워져 있었다. 그 검은 말의 하이얀 치아 위를 암사자 다리처럼 피아니스트의 손가락들이 맹렬한 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자가 얼룩말을 무자비하게 뜯어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검은 말의 티쓰teeth가 연주자의 핑거finger들을 마구 물어뜯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저, 그녀의 닳아헤진 손톱들.) 이렇게 연주자와 악기가 죽을 각오로 각축을 벌이는가 하면 어느새 둘도 없이 상냥한 연인들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건반은 어느새 연주자가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흑마의 갈기가 되어 있다. 이 둘이 실로 나에게 부부를 연상시켰던 것은 ..
4월 17일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바로 편하게 지하철을 그대로 타고 길음역으로 오는 방법을 나는 선택했는데, (사실 나는 길음역을 통해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축지법을 써도 13.5분 정도가 걸리는 지하철역과 교회의 애매한 거리 때문이었다. 마을버스 두어 정거장은 거뜬히 먹어치울 거리.) 이 날은 이렇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역에서 교회로 오려면 현대 아파트 단지를 반드시 돌파해서 와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를 꽃들이 화관처럼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시 보행과 독서를 동시에 하고 있었는데, 잠시 베르테르의 서신에서 눈을 떼어 꽃들 위에 어스름이 슬그머니 내려앉고 있는 현장을 포착하게 되었다. 아직은 책을 읽기에는 충분한 자연광이지 않은가, ..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내가 아무리 그의 귀에다 대고 어떤 말을 한다 하들,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꿈을 꾸고 있으므로 나의 말은 그의 꿈 속에서 왜곡distortion되어져서 –컬트적이든, 아니든, 플롯이 서사적narrative이든, 부조리극 형식이든 상관없이 그의 꿈 위주로(혹은 범주 안에서) –해독(혹은 암호cord화)되어진다는 얘기다. 내가 올바르게 메시지message를 전달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흔들어 깨우기. 촉각은 이런 때 청각보다 더욱 현실적realistic인 감각인 것이다. (실제로 꿈 속에서 크게 다친다거나 해도 우리가 그다지 큰 통각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그 사실의 근거가 되어준다. 촉각은, 외부outward에서 수행되어지는 감각인 까닭이다.) 흔들어 깨우지 않고서는, 그의 닫힌s..
유행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특이현상이 사회 안에서 공통적으로 오버플로우overflow하는 것. 예를 들어 빨간, 노란, 파란, 형광계통의 바지를 유행시기 이전에 입은 개인은-그리고 그것이 일정 집단적인 현상이라 해도 그것이 여전히 마이너minor적인 흐름이라면 그들은 전체집단에 의하여 괴짜weirdoes로 단죄당하게 된다. 유행은 마치 담론과도 같아서, 주류mainstream에 의하여 운동하여야만 그것이 공인되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승인되어질 수 있다는 것은 그에 따르는 역사적인 근거, 즉 사회적인 요구가 먼저 발생하였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행렬을 통해 우리는 현재 한국사회 안에서의 공통적인 요구(또한 이것은 역사적인 맥락 안..
요한복음 8:52~59 유대인들이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이 귀신들린 것을 알겠소. 아브라함과 예언자들도 죽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든지 나의 말을 지키면, 그는 영원히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우리 조상 아브라함보다 더 위대하단 말입니까? 아브라함은 죽었고, 예언자들도 죽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내가 나를 영광되게 한다면, 그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분은 너희가 우리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분이시다. 너희는 그분을 모르지만 나는 그분을 안다. 만일 내가 그분을 모른다고 한다면, 나도 너희처럼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알고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은 내 ..
병리현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광기는 항상 억압의 대상이 되었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읽어보면 모든 사회에서 광기는 사회구조를 와해시킬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따라서 위법으로 간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철학자들은 광기를 이성과 대치되는 부정적인 것, 수많은 오류와 환상을 야기하고 진리를 왜곡하여 인간을 혼란시키는 주범으로 비난하였다. 다양한 문화그룹의 정신건강을 연구한 정신분석학자와 문화인류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광기를 주어진 삶의 규범과 비교해서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 가까이하기 싫고 내게서 멀어지길 바라는 악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지탄하는 광인의 모습에서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나도 그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 내 안에 존재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