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2010-08-20 로댕전 본문

지금의 조리개 값

2010-08-20 로댕전

jo_nghyuk 2010. 8. 21. 12:39

어제 로댕전을 관람하고 왔다. 문득 내 안에 아픔 비슷한 것이 있는 것을 느꼈다. 외롭고 치열하게 예술을 하다간 정직한 작가를 대면하고 나니, 내 안에 재능을 올바르게 계발하지 못한 게으름에 대한 양심의 괴로움인 것 같았다. 또 예술을 위해 온 몸으로 밀고 나가는 한 친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가지고 하나님을 위해, 세상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가. 그것은 나를 위해서인것 처럼 보일지 모르나, 결국에는 창조주를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

어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신의 손 위에는 남녀가 있었는데, 악마의 손 위에는 한 명만 올려져 있던 것이다그걸 보면서 로댕은 필시 외로운 사람임에 틀림없다, 라는 확신이 왔다. 연인의 키스 조각상이 눈물나게 감명깊었던 것도 그때문이리라.

식사비 2500원도 아까워하며 아끼던 한 주였는데, 로댕전 전시비와 점심식사값은 아끼지 않았다. 나는 문득 일본 동경 작은 마을에서 보았던 가정집의 작은 정원들(창문턱에 가지런히 세워둔 작은 화분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필시 문화를 향유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다. 바쁘게 한 주를 공부하며 인내하고 보내다가, 금요일 오후에 미술관을 찾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네덜란드에서도 이런 삶이었고 또 행복했었던 것 같다. 한주를 성실히 보내고 하루를 안식하는 이 즐거움. (즐거움이라고 하기엔 받은 impact가 너무 강렬해서 통렬한 즐거움이라고 해둬야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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