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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인류는 작은 공 위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것은 확실한 것이다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우주는 일그러져 있다 따라서 모두는 서로를 원한다 우주는 점점 팽창해간다 따라서 모두는 불안하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암스테르담에는 시립도서관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물 위에 떠있는 모던한 도서관이고 또 하나는 길 모퉁이에 쑥스럽게 박힌 자그마한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을 나는 사랑했는데, 8층의 카페테리아와 1층의 피아노를 품은 애플스토어같은 도서관보다, 오래되어 밟으면 삐걱대는 나무계단과 칠이 벗겨진 나무바닥, 카페라고는 1층에 있는 둘중에 하나는 고장난 커피자판기 뿐인 이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2층 마루바닥에 앉아 에밀리 디킨슨 등을 읽으며 아이팟을 듣곤 했다. 2층의 어떤 작은 방에는 앤티크한 소파와 그림 액자, 꽃병이 놓여진 테이블만이 있었다. 그 방은 혼자 있기에 적절하게 소박하고 호화로운 공간이었고, 한명 이상이 들어가면 어색해지는 그런 곳이었다. 이 방에서 제인 오스틴이나 버지니아 울프를 읽곤 했던 것..
교토에 갔던 일이 생각이 난다. 조용함과 한적함을 찌는 듯한 여름 중에 찾아 저가항공을 잡아타고 간사이 공항으로 향했다. 교토에서는 지인이 마중을 나오기로 했었지만, 일정보다 먼저 교토 역에 도착해버렸다. 무더운 한여름의 교토 중앙역 광장은 부산했으며 나는 이전에 가졌던 인상의 여정을 찾아 헐떡였으나 발견되어지지 않았다. 일행을 만나 버스를 타고 이동 중에도 나는 그 인상의 루트를 차창 밖으로 기를 쓰고 찾고 있었고 어디서도 추억은 발견되어지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지금 라멘 집에 앉아 있다. 이 집이 맘에 드는 것은 블랙과 레드 컬러의 강렬한 일본적 대비와 더불어 쿨 재즈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고, 물 컵이 플라스틱이 아닌 유려한 글라스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강렬한 정갈함, 그것이 내가 교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