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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구름의 출처는 지구 곳곳에서부터이다 때때로 그것은 북극의 녹아내린 유빙 한조각이었을 수도 있겠고 서울 하수도의 수분이었을 수도 있다 요즈음 유난히 가문 비를 보며 토고의 까까머리 아이의 수분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많이 흘렸던 눈물이 그 동네에 지나가던 그늘이 되어주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Joost Van den Brand는 블로그에 계속해서 네덜란드의 구름만을 찍은 사진을 포스팅했다. 아이디 jonnygreenwood는 이런 리플을 달았다. "이래서야 당췌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알수가 없잖소" 하지만 요스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구름만을 찍었다. 화사한 구형 캐논 300d로. 조니 그린우드는 그래도 자신이 네덜란드에 있던 시간을 자주 회상할 수 있어 좋았다. 툴툴거리는 리플을 달면서도 구글 크롬의 탭에 그의 블로그를 favorites로 넣어두고 계속 방문하는 한가지 이유였다. 조니 그린우드는 2009년의 네덜란드를 회상했다. 3층을 넘어가는 건물이 거의 없는지라, 네덜란드 전역 어디서나 360도 파노라마의 구름 풍광이 펼쳐져 있었다. 어쩌면. 땅보다, 네덜란드의 풍광은 저 구름 풍성..
네덜란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군대개미같은 자전거행렬도, 한 블럭을 지날때마다 조우하게 되는 운하들도 아니었다. 다만, 땅을 삼킬 기세로 다가오는 가슴을 쓸어내릴듯하게 거대한 구름들이었다. 내 시야에는,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구름이 점거한 풍경뿐이었다. 땅은 너무 낮았고, 가옥은 3층 이상으로 세운 것이 없고, 운하는 실핏줄처럼 미세했다. 보이는 것은 구름 뿐이었다. 나는 라익스뮤제움에서 19세기 네덜란드 풍광화가들의 구름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얀 반 에이크, 베르메르, 야코프 반 루이스달. 그들은 구름을 액자 속에 박제해 넣기로 정평이 난 거장들이라지만, 나는 그들의 박제된 구름이 액자 속에서 지금도 박살이 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온 참이었다. 금이 간 구름이라니, 낮은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