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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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랴 크라소트킨

조니그린우드의 구름이야기

jo_nghyuk 2010. 9. 7. 23:55
Joost Van den Brand는 블로그에 계속해서 네덜란드의 구름만을 찍은 사진을 포스팅했다. 아이디 jonnygreenwood는 이런 리플을 달았다. "이래서야 당췌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알수가 없잖소"
하지만 요스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구름만을 찍었다. 화사한 구형 캐논 300d로.
조니 그린우드는 그래도 자신이 네덜란드에 있던 시간을 자주 회상할 수 있어 좋았다. 툴툴거리는 리플을 달면서도 구글 크롬의 탭에 그의 블로그를 favorites로 넣어두고 계속 방문하는 한가지 이유였다.
조니 그린우드는 2009년의 네덜란드를 회상했다. 3층을 넘어가는 건물이 거의 없는지라, 네덜란드 전역 어디서나 360도 파노라마의 구름 풍광이 펼쳐져 있었다. 어쩌면. 땅보다, 네덜란드의 풍광은 저 구름 풍성한 하늘이 주가 된다는 생각을 그도 한 적이 있다. 베르메르나 야코프 반 루이스달의 풍광 그림을 보면, 땅의 랜드스케이프가 차지하는 비율은 1/6도 되지 않는다. 그런 느낌이었다.
한번은 조니 그린우드가 국립 미술관 Rijksmuseum에 간 일이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19세기 네덜란드 풍광화가들의 그림을 찾았고, 그는 그 그림을 보자마자 미술관 밖으로 뛰쳐나왔다. 자신이 보던 풍광과 달라서도 아니고, 화가의 표현력에 실망해서도 아니었더. 오히려 그 반대였다. 표현력은 눈부시게 탁월했으며, 바로 자신이 보던 그 풍광 그대로 재현되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가 미술관 밖으로 뛰쳐 나올 정도로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 광대한 구름의 풍광이 조그매한 액자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금이 가며 박살나고 있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굳어져 금이 가고 있는 구름이라니, 조니 그린우드가 본 것은 오히려 박제된 생물에 가까웠던 것이다.
미술관을 나온 조니 그린우드는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실, 이곳에선 하늘은 애써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아도, 이미 시야 속에 70%이상 들어와있는 것이다. 북극해 위에서 형성된 풍성하고 두터운 구름.
보들레르가 찬미해 마지않았던 구름을 그가 관망했던 장소와 가장 가까이, 지금까지는, 서서 그린우드는 목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 구름은 야코프 반 루이스달의 구름도, 샤를 보들레르의 구름도 아니다. 저 구름은 2009년 여름 네덜란드의 구름이고, 조니 그린우드의 구름인 것이다.
그는 여기서 현기증을 느끼고 구글 크롬을 닫았다. 노트북을 끄고 냉장고에서 우롱차를 꺼내 차가운 유리잔에 담아 소파에 가 앉았다. 부드러운 소파 속에서 차가운 차를 마시자니 어쩐지 자신이 구름이 머금은 수분 같기도 했다.
조니그린우드는 그 이후로 그의 블로그에 가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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