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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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쩔 수 없음 때문에 우는 것

jo_nghyuk 2012. 10. 14. 15:31
나는 조용하고 작은 우주 속에 있다. 그리스인들은 행성들이 돌면서 아름다운 심포니 소리를 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는데, 내 방은 아무 소리도 없다.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다. 교토의 철학의 길 변두리에 놓여진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8인 도미토리에 혼자 놓여진 일이 있다. 밝지만 작은 방은 어두운 교토의 작은 마을 안에, 작은 지구본 안에 매달려 있었다. 

(우주는 정말 어두운 걸까? 사실은 빛으로 가득 찬 어떤 곳 안에서 손톱만큼 작은 어둠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주는 깨진 형광등의 수은처럼 반짝이는 빛 말고는 없다. 충일한 빛은, 다른 어딘가에 있다.) 

작은 지구본에 매달려 있음을 자각한 나는, 울고 싶었다. 아내를 놔두고 내가 왜 혼자 교토에 온거지? 나는 왜 한학기 힘들게 근로로 고생해서 번 작지만 소중한 푼돈을 여기에 쓰고 있는거지? 이 여행은 내 인생의 여러 잘못된 선택 중 하나로 남지 않을까? 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나는 베게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나는 울고 있다. 미안함, 존재에 대한 미안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렇다. 나는 지금 신 앞에서, 사람 앞에서 내 존재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내 잘못된 행동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애초부터 어딘가 그릇되어진 존재로서 가지는 커다란 낭패감. 
그러나 가끔은 나를 안아주기 이전에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코를 누르고 콧물을 지리며 울 수 있게 해달라. 내 존재에 대해, 이 낭패감에 대해, 이 어쩔 수 없음에 대해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 엉엉 울어보게 해달라. 그리고 내 안의 모든 양분과 수분이 빠져나간 이후에, 그 이후에 나에게 새로운 떡과 물을 다오. 
죽어야 살 수 있다. 엘리엇의 인용구처럼 "내가 그것을 다시 말할까?"
버려야 얻을 수 있다. 죽어야 살게 된다. 포기해야 획득할 수 있다. 져야 이길 수 있다. 그 길 말고는, 다 내려가는 길 뿐이다. 
완전히 패하기 전까지는, 내 안에 깨진 형광등의 수은들이 치졸하게 남아 여전히 반짝거리는 중에는, "제발 나를 건들지 마라" 
네가 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너는 나의 팔에 난 몇 줄의 털을 보고도 발길을 돌릴 것이다. 인간은, 인간일 때에는 인간의 속에 들어올 수 없다.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작은 방 안에 혼자 누워있던 시절이 있다. 세상에서 딱 하나 있는 친구가 찾아와도, 항상 난처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쩌겠느냐. 어쩔 수가 없어서 우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초극을 할 수 없어서, 짐승처럼 운다,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서, 아기처럼 운다. 그러니 나를 좀 내버려 다오. 다 울고 난 후에, 너를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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