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참된 영성은 환한 얼굴로부터, 어스름으로 고독히 들어가는 길목까지 본문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참된 영성은 환한 얼굴로부터, 어스름으로 고독히 들어가는 길목까지

jo_nghyuk 2012. 11. 13. 19:33
"내니 두려워 말아라"

부활한 예수는 제자들에게 낯설었다. 그는 더 순결해지고, 더 빛으로 가득했다. 제자들은 그를 영체로 보았을 수도 있다. 제자들은 여전히 자기 위치에 있었고, 죽음을 이긴 예수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었다. 삼일만에 만난 예수는 삼천년이 지난 것처럼 전혀 다른 차원으로 극복된 예수같았다. 제자들에게 있어 예수는 너무도 낯선 승귀된 모습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니 두려워 말아라, 안심해라"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예수는 분명 새로워졌다. 그에게는 어떠한 일련의 극복의 과정이 분명 있었고, 제자들에게는 이것이 "낯설음"으로 느껴졌고, 낯설기에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예수는 그들과 지평을 함께 하기를 자처한다. 예수의 사랑은 신실했다.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으로 예수는 "여전히 동일하게 그리고 끝까지" 그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예수는 제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여전히 너를 사랑하는 나다. 나의 이 낯설음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리더는 날마다 낯설어져야 한다. 어떤 신앙인이 말했던가, "몇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사람은 매력이 없다." 낯설어진다는 것은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 그로부터 '새로운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움은 타자를 배척하는 힘으로서가 아니라 타자를 한단계 더 승화시키는 힘으로서 작용한다. 소금은 그의 생명을 보존해주지만, 빛은 그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사한다. 그러므로 리더는 어딘가 "한적한 곳"으로, "어두운 곳"으로 떠나가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는 그의 내면과 함께 씨름하고 기도하며 성령으로 극복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는 대사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국에 가서, 낯설고 새로운, 그러나 도움이 되는 것을 다시 준비해야 하고, 그리고 나서 대사관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말해야 한다. "저는 여전히 이 땅에 있으며, 여러분 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새롭게 알려드릴 좋은 것이 있습니다."
단 삼일이 지나도, 리더는 새로운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영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같은 지평에서 고민만 해서는 생겨나지 않으며, 자신의 "본국"(아버지의 나라)으로 가는 "기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는 한적한 곳으로 가야 한다. 그는 어둠 가운데로, 터널 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 그는 철저히 "그 지평으로부터 죽는" 시간을 거쳐야 새로운 지평으로서의 본국을 다시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그는 그 본국의 지평을 자신이 있는 땅의 지평에서 "대사관으로서" 이루어내게 된다. 여기에서 전혀 다른 두 지평이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평화"를 전달하는 화해의 제스춰로서만 가능하다. 이 평화의 전달자를 통해서만 전혀 다른 두 지평 사이에 다리가 놓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날마다 죽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지평에서 날마다 죽으며, 다시 저 편의 새로운 것으로 살아나야 한다. 이는 성령 안에서의 기도로만 가능하며, 말씀의 체화의 경험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 후에 그는 체휼이 무엇인지를 진정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문득, 낯선 예수를 만날 때가 있다. 순간 나는 연약해지고, 내 삶의 빗장들은 풀려서 넘실대는 바다가 내 삶을 위협한다. 나는 율법을 만나고, 다시 율법에 대하여 죽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낯선 예수와 이 지평에서의 나를 죽이는 여정에 순종으로 따라야만 한다. 낯선 예수를 따르지 않는다면, 본향을 잃어버리는 나그네가 되고 만다. 그만큼 비참한 상태도 없을 것이다. 이 땅은 나의 본국이 아니다. 그런데 본향으로 가기를 주저하고, 속하기를 거부한다면 그는 불법체류자일 따름이 되는 것이다. 참된 영성은 우리를 매일매일의 나그네가 되게 만든다. 매일매일을 이 땅을 떠나고,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한다. 그러나 그가 돌아올 때, 그는 더욱 낯설어져 있고, 더욱 깊어져 있고, 더욱 순수해져 있다. 그가 참된 영성을 지니고 있다면 (다른 말로 진정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고 있다면) 그는 다른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넬 것이다. 평화를 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명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

영성은 경직된 얼굴이 아니라 환한 얼굴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저녁이 되면, 어스름 속으로 숨어들어가는 시간을 반드시 가질 것이다. 그는 자유를 선용하는 법을 아는 동시에, 철저히 몸을 쳐서 복종하는 충성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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