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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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카이로스

jo_nghyuk 2012. 12. 29. 20:34
영이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제 3으로서의 속성이 아니라 지성 안에서 그것을 활력있게, 감성 안에서 그것을 활력있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둘이 서로를 끌어안게 하는 힘이다 나는 인력의 힘을 가지게 하는 그 무엇이다

그러나 모든 물체가 인력을 부여받은 뒤에도
어긋나고, 뒤틀리고, 탈골되기만 해왔다
깨진 이빨로 웃는 지성과
주저앉은 코로 우는 감성
지성은 고독하게 오만의 높은 산을 올라왔고
감성은 방탕하게 무지의 넓은 길을 헤매왔다

그 둘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며 영이 말한다 :
무지하다면 차라리 입을 열지 말아라, 이치를 가리기만하는 지성이여,
너의 성난 파도는 여기까지 오고 넘어가지 못하리라, 도무지 만족을 모르는 감성이여,

그러나 어느 순간 영이 
지성을 동트게 하고
감성의 빗장을 풀 때

사람들은 웃으리라, 춤추면서, 뛰면서, 소리치면서, 그리고 가장 한정된 자음과 가장 무한한 모음으로 발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렸노라고, 특정한 이 장소와, 특정한 이 시간을. 약한 우리는 여기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으며, 오랜 시간 기다림에서만 안전함을 배울 수 있었다고. 


선물들, 2012 마지막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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