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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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이제서야 다시

jo_nghyuk 2012. 12. 30. 13:12
어느 순간 자신이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는 이유라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하나님이 선하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한 하나님을 원망하는 이유는 내가 악하기 때문이라는 것까지 깨닫게 된다면 그는 이제 정직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대면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전에는 걷지 않았을, 수없이도 등을 돌리던 그 험난한 준령이 다시 눈 앞에 펼쳐짐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넘어져 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일어설 수록 선명한 전망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참으로 정직한 사람들만이 이 좁고 험한 길을 울면서, 울면서, 눈물로 씨를 뿌리고, 상하고, 깨지고, 구르면서 먼저 걸어가고 있었으며, 스스로는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처럼 뒤에 남겨져 있었다는 것을. 그가 보고 있는 이 고통의 길이야말로 제자의 길이고, 나를 죽이고 다른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그리고 등 뒤에선 여전히 나를 도와주시는 그 분이 계시다는 것을, 여전히 넘어질 것을 대비해 승리를 제외한, 나의 약함으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비본질적인 상황에 대한 것들을 선하시게도 예비하고 계시다는 것을. 
이 사랑을 알게 되면 우리는 천로역정의 크리스쳔처럼 떠남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 떠남이야말로, 사실은 자기의 주변사람들에게 참되게 돌아오게 되는 길이라는 것을 여정 중에서 깜짝 놀라며 반길 것이다. 
이 길은 남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내가 스스로의 옛사람에게 쓰는 유서와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그가 가는 길이 너와는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

너는 나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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