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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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쥬 껍질 씹기

5월 11일의 수기

jo_nghyuk 2019. 5. 11. 23:25

그렇다. 지금 나는 장신대의 숙소 안에 있다. 오랜만이라 오히려 처음 입학하고 풋풋하던 새내기 전도사 시절이 생각이 났다. 새삼스레 나의 모교가 이다지도 좋았던가, 하며 감탄했고, 오랜만에 만난 한국 교수님도 너무 좋았고, 교정을 거닐고, 학교 앞 조용한 마을을 산보하는 것도 참 평안했다. 

그냥 이 모든 것이 은혜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나된 것이 하나도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지도교수님과 나를 태워서 장신대까지 데려다주고, 한국의 교수님이 환대를 해주시고, 함께 한강을 거닐고, 간만에 커피점빵의 게이샤 커피를 아이스로 마시고, 교수님을 숙소로 모시고 다시 나와 한국에서 사역하던 교회의 청년들을 만나 늦게까지 하나님 얘기를 하며 서로 도전과 격려를 받는 시간이었다.

불과 어제 나는 독일에 있었고, 지금은 한국에 있다. 다음주에는 일본에 있을 것이다. 일을 준비하면서 분주해지지 않도록, 일이 염려가 되지 않도록 인도하신 주의 손길이 있었다. 모든 것을 염려하지 말고, 그저 인도함 안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그러자 모든 것은 차분히 제자리를 찾았고, 나는 하나씩 하나씩 보내주시는 사람들과 공급하시는 손길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숙소에 돌아오니 23시이다. 내일의 일정을 다소간 변경하였고, 내일 있을 오후 설교를 위해 차분하게 다시 쿨 다운해야 한다. 삶의 마디 마디마다 매듭을 짓는 것이 그토록 중요하다. 나는 바쁘게 움직이기보다, 다소 자유롭게 변경을 가하며 본질적인 것만을 붙들고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던 상관없이 나는 진실되고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그래서 좀 쉬어야겠다. 금요일이 통채로 기차와 비행기를 타는 시간으로 날라갔고, 나는 토요일로 스킵했다. 그리고 갑자기 서울에서의 주말이다. 무리하지 말자. 정말 무리하지는 말자. 나의 주변에는 선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굳이 애쓰지 말고, 해야할 것들만 단정히 하면서 서울의 시간을 담백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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