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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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쥬 껍질 씹기

6월 7일 수기, 미니멀리즘

jo_nghyuk 2019. 6. 7. 18:38

미니멀리즘을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이유는 언제나 하나이다. 단호해지지 못해서이다. 삶에서 나를 부여잡는 것들의 망에 계속 놓여 있는 이유는 애착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그 네트워크 안에 놓고/놓여지는 이 행위를 나는 중간태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스스로 실행하는 것인 동시에 바깥에서 강요되는 어떠함이다. 그러한 것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힘의 도움을 또한 받아야 한다. 

미니멀리즘은 언제나 단호하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외골스럽다. 그로 인해 볼멘소리를 듣게 되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그 방향성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기쁨을 또한 발견하고, 그 길을 인정하거나, 떠나거나 한다. 오랫만에 교토에 갔는데 모든 누나들의 패션이 4년 전과 동일하게 한결같아서 반갑고 기뻤다. 산도, 편의점도, 버스도, 시장도, 강도, 투박한 라멘 집도 그대로였다. 

새로 산 컴퓨터에는 메신저를 깔지 않았다. 번잡함이 사라지고 능률이 오른다. 최근에는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메신저 앱을 포함해서 모든 SNS 앱을 폰에서 다 날려버리고 그냥 단순한 전화기로 만들었다. 능률적인 사람들은 침실에 일이나 메일 등을 끌고 가지 않는단다. 그런 점에서 침실을 sanctuary로 바꾸라 하는 말은 옳다. 삶에 충분한 공간감이 없다면 과도하게 어떤 것들이 적재되어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러한 것들을 과감히 벗어버리는 것도 단순성의 지혜이다.

많은 것들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즐겁기는 하지만 본질적이지 않다. 그러한 것들의 기름기를 쫙 빼고 나면 눈빛도 정제됨을 느낀다. 눈의 빛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니까 지혜를 얻을지, 쾌락을 취할지 늘 선택하며 사는 것이다.  

두부의 맛만 오롯이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은 두부집에 온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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